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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2위자리 오른 넥센, 김병현이라는 날개를 달다 - 삼성 vs 넥센 4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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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를 풍미했던 풍운아 김병현의 국내 무대 복귀전으로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게임이었다. 김병현의 티켓 파워는 잠실구장 매진사례를 이끌었던 박찬호 못지 않았다. 평일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목동구장은 김병현의 첫 선발경기를 직접 보러 온 야구팬들로 만원 사례를 이뤘고 팬들의 시선은 그의 일구일구에 온통 집중됐다.

경기는 엎치락뒷치락 하며 흥미롭게 진행됐다. 삼성이 1회초 공격에서 2사후 이승엽의 3루타와 최형우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선취 득점에 성공했지만 넥센은 곧이은 1회말 반격에서 강정호의 희생타와 유한준의 적시타로 2득점하며 역전에 성공헀다. 경기 종반까지 팽팽하던 승부는 결국 8회말 이택근의 결승타 한방으로 7:6 넥센의 승리로 끝났다.

상승세를 타고 있던 두 팀간의 대결에서 먼저 귀중한 1승을 챙긴 넥센은 17승 1무 14패를 기록하게 됐고 이날 LG에 패한 두산을 제치고 2위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선수를 팔아 근근히 생명을 유지해 오다시피한 넥센으로선 그야말로 뺨을 꼬집어 볼만한 일대 사건이다.

아직은 시즌 초반에 불과하고 1위와 꼴찌와의 승차도 몇게임 나지 않는 상황에서 2위에 올랐다는 자체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겠지만 넥센 입장에서는 얘기가 좀 다르다. 거의 매년 최하위권에 머물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끈끈한 투지와 김시진 감독의 리더십이 마침내 꽃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넥센의 상승세가 일시적인 기 현상에 그칠 것이 아닐 것이라는 예상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선수들의 이름값 자체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폭발적인 타격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타격감이라는 것은 싸이클이 있어서 믿을 것이 못된다. 투수진도 선수 면면을 놓고 보면 상대를 압도할만한 중량감 있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찌보면 넥센의 지금 전력은 어쩌다 운이 좋아서 일시적으로 보이는 현상은 아니다. 지난 몇년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본을 잊지 않고, 야구에 대한 열정을 잊지 않고, 승부에 대해 경건함을 잃지 않았던 감독과 선수들이 함께 일궈낸 합작품이기에 넥센의 비상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따뜻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돌아온 BK, 마침내 목동구장 마운드에 서다

공의 구위 자체는 괜찮아 보였다. 김병현을 공략하기 위해 1번부터 5번타자까지 모두 좌타자를 배치한 류중일 감독의 노림수는 별로 효과를 보진 못했다. 1회초 허용한 실점은 다분히 불운했다고 볼 수도 있다. 2사후 이승엽에게 허용한 3루타 자체는 잘 맞은 타구이긴 하지만 좌익수가 충분히 잡아줄 수 있는 타구였고, 곧이은 최형우의 적시타는 그야말로 행운의 안타였기 때문이다.

빠른 공은 위력적이었고 과감한 몸쪽 승부를 즐기는 모습도 과연 김병현다웠다. 하지만 제구력이 흔들리며 투구수 조절에 실패한 것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투구수 때문에 승리투수 요건에 아웃 카운트 하나만을 남긴 채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던 것이다. 김병현 자신도 공을 던지고 나서 직감했듯 5회 2사후 채태인에게 허용한 2루타가 그래서 '옥의 티'로 남는 것이다. 

비록 첫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따내진 못했지만 다음 등판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게 됐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분명 넥센 선발진의 중요한 한 축을 맡아줄 수 있을 것이고, 타선의 득점 지원을 생각한다면 두 자릿 수 승수도 욕심을 내볼 만 하다.


 


권오준 vs 이택근의 진검 승부

승부는 8회말 넥센 공격에서 결정됐다. 삼성도 여러차례 기회가 많았지만 한방이 터져주질 않았고, 넥센 역시 경기 중반 김병현이 마운드를 내려간 이후 불펜이 흔들리며 쉽게 풀어갈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권오준이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2루타를 허용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후 투아웃까지는 관록을 앞세워 잘 막아냈지만 이택근이 문제였다. 2사 3루 상황에서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이택근을 상대로 해서는 좀더 신중한 승부가 필요했는데 권오준의 실투였는지 공이 가운데로 몰리며 뼈아픈 결승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몸쪽으로 좀더 떨어지는 싱커성 공이 더 효과적이었을텐데 조금 무모해 보이는 승부였다.

이택근과 까다롭게 승부를 펼치다 박병호가 승부하는 편이 나았다는 결과론도 나오기는 한다. 물론 박병호가 권오준의 투구에 범타로 물러났을 확률이 더 높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바로 전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한 4번타자와 맞서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코스와 구종 선택이 아쉬웠다고 생각하는 편이 오히려 위안삼기에는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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