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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명품수비로 기사회생한 삼성 - 삼성 vs LG 5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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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삼성이 경기 후반에 뒷심을 발휘하며 3:2 한점차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롯데와의 사직 원정에서 2승 1무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삼성은 LG와의 잠실 원정에서도 2승 1패 위닝 시리즈를 가져 감으로써 기분좋은 휴식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이번주에 등판한 선발투수가 모두 제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는 점이 앞으로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오늘 경기는 수비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0:2로 끌려가던 삼성이 7회말 대타 작전 성공과 타자들의 집중타를 묶어 대거 3득점한 덕분에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지만 그 밑바탕엔 역시 LG 야수진의 허술한 수비의 도움이 있었다. 더블 플레이를 의식하다 공을 놓친 유격수 오지환이나 홈 송구에 신경써다 1루 베이스를 제대로 밟지 못한 1루수 최동수의 수비 모두 LG로선 아쉬운 플레이였다.

반면 삼성의 수비는 간만에 빛났다. 7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김일경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배영섭이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낸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Play of the Day에 손꼽힐만 명장면이었다. 빠른 판단으로 타구를 잡아내는 것도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스타트를 끊었던 1루 주자마저 잡아냄으로써 LG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었다.

또하나 놓칠 수 없는 장면은 9회말에 일어났다. 3:2 한점차의 리드 상황에서 삼성은 이러나저러나 믿어야만 하는 오승환 카드를 뽑아 들었다. 4번타자부터 시작되는 것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오승환은 첫타자 정성훈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얻어 맞으며 불안한 출발을 보이더니 다음 타자 이병규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역전 위기에 내몰렸다.


지난 롯데전 블론 세이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타석에는 오승환에게 홈런을 기록한 전력이 있는 최동수가 등장했고 그의 배트는 매섭게 돌았다. 잘 맞은 타구는 3루 베이스 선상을 타고 강하게 굴러갔다. 안타가 아닌가 생각하는 순간 박석민의 수비 센스가 빛을 발했다. 바운드 맞추기가 쉽지 않은 타구를 잘 잡아내 3루주자 정성훈을 런다운 플레이 끝에 아웃시킨 것이다.

결국 박석민의 호수비에 힘을 얻은 오승환은 뒤이은 두 타자를 범타로 깔끔하게 처리하며 윤성환의 시즌 2승을 지켜냈다. 여전히 빠른 공의 구속은 150km/h를 넘나들고 있지만 제구가 되지 않은 공들은 여지없이 큰 타구로 이어지고 있다. 볼 끝의 위력이 가끔씩 무뎌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주무기로 삼을 수 있는 변화구를 장착하는 것만이 오승환이 롱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류중일 감독으로선 오늘 경기 승리 자체도 기분 좋은 일이겠지만 모처럼 1군 무대에 복귀한 권혁의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었다는 점에 더 큰 위안을 얻을 것 같다. 권혁은 7회말에 마운드에 올라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빠른 공의 구위도 괜찮아 보였고 무엇보다 들쭉날쭉한 제구력이 많이 개선되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권혁의 가세는 삼성 불펜의 불안거리였던 좌완 불펜 부재의 문제를 속시원히 해결해 줄 수 있는 호재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고 좋은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타선은 여전히 빈곤한 득점력을 보이고 있고 그 중심에선 최형우의 계속되는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 채태인 역시 간간이 안타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득점권 타율이 14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그의 효용가치를 의심받게 하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언제까지 최형우를 안고 갈 지, 혹은 계속 중심타선에서 스스로 감을 잡을 수 있기를 기다리는 것만이 최선인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아무리 뛰어난 타자도 1년 내내 기복없이 잘 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누구나 슬럼프에 빠질 수는 있다. 그리고 타자마다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제 각각이다. 최형우의 경우는 어떨까. 지금처럼 무리하게 경기 출장을 고집하기 보다는 차라리 2군에 내려보내 휴식을 주고 타격감 조율을 시키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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