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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선 류중일 감독 - 삼성 vs SK 5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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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의 원인은 밝혀냈는데 뚜렷한 해법이 없어 답답한 것이 요즘 삼성 야구의 현실이다. 전반적으로 무기력한데다 집중력마저 상실한 타선과 불안한 불펜 탓에 5할 승률 턱걸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시즌 초반 자타가 인정하던 최강의 강자로서의 이미지는 이미 온데간데 없다. 이제는 그 어느 누구도 삼성을 우승 후보로 손꼽지 않는다.

우승은 언감생심. 지금 상황이라면 과연 4강에라도 들 수 있을 지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전임 선동열 감독이 취임 이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이라는 삼성 역사상 전대미문의 위업을 달성했으면서도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2009년 시즌 4강 달성 실패였다는 사실을 류중일 감독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는 처지가 됐다.

될 듯 될 듯 하면서도 안 되고, 이젠 감을 잡았나 싶다가도 또 제풀에 지쳐 쓰러진다. 전날 SK를 상대로 모처럼 투타의 조화를 앞세워 7:1 완승을 거두며 다시 상승세를 타나 싶었지만 겨우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에게 압도적으로 밀린 게임도 아니었다. 분명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숱하게 찾아 왔지만 점수를 쓸어 담아 줄 해결사가 보이지 않았다.


0:2로 뒤지던 삼성은 6회말 김상수의 볼넷과 박한이의 2루타, SK 선발 마리오의 실책이 겹치며 단숨에 2득점, 동점 만들기에는 성공했지만 승부를 뒤집을 힘은 부족해 보였다. 6회말 동점을 만든 후 2사 만루, 7회 1사 1,2루, 8회 무사 만루, 9회에는 1사 1,3루라는 절호의 동점 또는 역전 기회를 잡았지만 추가로 얻어낸 득점은 9회말 이승엽의 희생타 하나 뿐이었다.

이렇게 허약한 타선을 가지고 우승을 노린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극도의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최형우, 배영섭 대신에 올라온 타자들도 만족스럽지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2군에 내려가 있는 최형우와 배영섭이 거짓말처럼 기량을 회복해 1군에 돌아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형편이다보니 류중일 감독 입장에서도 답답할 노릇이다. 삼성 역사상 이렇게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 타선 전체가 부진에 빠지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불펜진의 불안은 다시 얘기하자니 입이 아플 정도다. 어제 경기에서도 타자들이 6회말 공격에서 힘겹게 동점을 만들어 주자마자 7회초에 등판한 권오준이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2실점한 것이 결국 패인이 됐다. 타자들도 마찬가지지만 불펜 투수들도 하나같이 구위나 제구력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제 아무리 삼성 불펜이 난공불락이라고는 해도 한두명이 일시적으로 난조에 빠질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안지만, 정현욱, 권오준, 권혁 등 이른바 삼성의 황금불펜시대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동반 부진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어떤 야구 전문가도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바꿔 생각해보면 선동열 감독 부임 이후 내걸었던 '지키는 야구'의 끝이 이제 보이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전가의 보도처럼 팀 승리를 위해 투입되어야 했던 그들이기에 한계에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제 아무리 관리를 잘해주었다고 해도 불펜이 선발보다 중시되는 야구에서 불펜투수들의 혹사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이런 면에서 지금 류중일 감독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지난해 감독 부임 이후 전임 감독의 야구색깔을 빼고 싶어 했고, 선발 투수의 투구 이닝을 늘이는 등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불펜야구는 탈피하지 못했던 류중일 감독으로선 불안한 불펜진을 잘 추스려 한시즌을 버티고 나갈 것인지, 아니면 과감한 체제 변경으로 새로운 류중일 스타일의 야구에 도전해 볼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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