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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프로야구 경기 조작을 바라보는 야구팬의 마음

by 푸른가람 201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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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언론을 통해 프로야구 경기 조작설이 모락모락 피어날 때만 해도 그 진의를 의심했었다. 때마침 정치권에 큰 이슈가 있었으니 일종의 물타기가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프로축구에 이어 프로배구까지 경기 조작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조작이 어려운 야구의 특성상 프로야구만은 청정지역으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그런데 LG 김성현에 이어 '믿었던' 박현준 마저 혐의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맥이 풀린다. 게다가 현직 야구선수가 몇명 더 연루되어 있을 것이라는 얘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공항에 입국할 때 보여줬던 박현준의 그 당당한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저는 하지 않았고, 잘 밝혀지리라 생각합니다."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결백을 주장했던 그가 검찰 조사과정에서도 그때 그 모습처럼 당당하길 바랐던 것은 야구팬들만의 간절함이었던 것 같다. 3월 2일 대구 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았던 그는 사흘만에 말을 바꿔 두차례에 걸쳐 경기 조작에 가담했고 수백만원의 사례금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충격적이다. 믿는 도끼에 찍힌 발등이 더 아픈 법이다. 박현준은 지난해 13승을 올리며 LG 트윈스의 에이스로 떠오른 유망주 투수가 아니던가. 앞날이 더 기대되는 선수가 크지도 않은 검은 돈의 유혹에 쉽게 넘어갔다는 것이 수상쩍다. 일부로 볼넷을 허용해줘서 수백만원의 돈을 버는 것보다 실력을 키워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편이 프로 선수로서 바람직한 마음가짐이 아니었을까.

경기 조작은 동료와 팬들에 대한 배신 행위다.  1군 무대에 오르기 위해, 혹은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는 수많은 선수들의 노력을 헛되게 하는 행위다. 또한 프로야구를 보며 꿈과 희망을 키웠던, 삶의 활력소로 삼았던 야구팬들을 모욕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더 괘씸하고 쉽게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해 흥행 대박을 치며 중흥기를 맞았던 프로야구는 개막 한달을 앞두고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됐다. 자칫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을 맞은 것이다. 경기 조작설이 불거지고 소속 선수의 이름이 오르내릴 때 LG 구단에서는 만약 소속 선수가 경기 조작에 연루될 경우 팀을 해체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LG의 앞날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김성현에 이어 박현준까지 소속선수 2명이 경기 조작에 가담한 것이 사실로 밝혀진 후 비난의 화살이 구단에 쏟아지고 있지만 가당치 않은 일이다. 박현준은 2010년에, 김성현은 2011년에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이적했고 두 선수 모두 올시즌 선발요원으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던 선수였다는 점에서 LG로서도 억울한 대목인 것이다.

우선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다. 철저히 조사해서 경기 조작에 참여했던 선수들을 프로야구계에서 퇴출시키고 앞으로 이런 불행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축구나 배구에 비해 일부 선수의 조작이 경기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정정당당해야 할 스포츠가 더 이상 검은 도박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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