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SK KS 3차전 - 홈런 2방으로 방패를 뚫다

by 푸른가람 2011. 10. 28.
728x90

오늘 3차전을 SK가 잡음으로써 한국시리즈는 승부는 좀더 흥미진진해 지게 됐습니다. 당초 팀 분위기나 마운드의 높이를 봤을 때는 삼성의 우세가 점쳐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SK 선발로 예고된 송은범은 정규시즌 삼성전에 유독 강한 면을 보이긴 했지만 포스트시즌 연투로 체력적인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팔꿈치 부상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도 힘든 약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경기 초반 송은범의 공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구가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아 투구수는 늘어났고, 삼성 타선은 송은범을 잘 공략해 나가며 선취득점 기회를 엿보게 됩니다. 거의 매회 주자를 내보냈고 특히, 3회와 4회에는 연이어 절호의 선취득점 기회를 만들기도 했지만 병살타가 나오거나 번트 작전이 실패하는 등 정규리그 우승팀 답지 않은 어슬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반면 삼성 선발 저마노는 경기 초반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SK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습니다. 타자를 압도할만한 빠른 공을 지니고 있지는 못하지만 마치 폭포수같이 떨어지는 커브는 정말 위력적인 모습이었습니다. 3회까지 단 한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선보이며 류중일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었습니다.

위기 뒤에는 챤스, 챤스 뒤에는 위기가 찾아온다는 야구계의 격언은 오늘 경기에서도 정확히 들어 맞았습니다. 삼성은 3회초 1사 만루라는 절호의 챤스를 맞이합니다. 다음 타석에는 채태인과 최형우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 외야 플라이 하나로 1점만 뽑아내 주더라도 삼성의 불펜진을 생각한다면 아주 유리한 상황에서 게임을 끌고 나갈 수 있는 기회였습니만 결국 연속 삼진으로 기회를 날려 버렸습니다.

4회에도 2사 1,2루에서 좌전 안타가 이어지며 선취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SK 좌익수 박재상의 정확한 송구로 2루주자 강봉규가 홈에서 아웃되며 분루를 삼키고 말았습니다. 3회와 4회 챤스에서 단 한점만이라도 먼저 뽑았더라면 침체되어 있던 SK 덕아웃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을테고, 삼성은 큰 힘 들이지 않고 시리즈 패권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입니다.

타선의 무기력한 플레이에 힘이 빠진 것인지 호투하던 저마노가 4회 박재상에게, 5회 최동수에게 연달아 솔로 홈런포를 얻어 맞으며 패전투수의 멍에를 뒤집어 쓰고 말았습니다. 저마노로서는 아주 억울할만도 합니다. 5이닝 3피안타 2볼넷만을 허용하며 호투했지만 홈런 두방이 아쉬웠습니다. 탈삼진도 여섯개나 빼앗을만큼 공의 구위도 좋았는데 선취점을 뽑아주지 못하는 타선 탓에 고개를 떨구어야만 했습니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2점만 뽑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묘한 공식이 성립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양팀 투수력이 강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타자들의 부진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 3차전을 SK가 승리함으로써 이번 한국시리즈 승패의 향방은 종잡을 수 없는 오리무중으로 빠졌습니다.

삼성으로선 탄식이 나올 정도로 아쉬운 게임이었습니다. 물론 시리즈 스윕이 말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SK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팀도 아니지요. 하지만 오늘 3차전은 경기 초반의 기회에서 보다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면 지난해 당했던 전패의 수모를 똑같이 되갚아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곱씹어 볼 대목이 많습니다.

어찌됐건 한국시리즈가 좀더 재미있어질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반전의 기회를 잡은 SK는 특유의 짜임새 있는 야구를 펼칠 것이고, 삼성 역시 아직은 충분한 여유가 있는 투수력을 앞세워 SK를 위협할 것이 분명합니다. 문제는 타선입니다.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 있는 사자와 비룡의 방망이가 터져준다면 좀더 화끈하고 재미난 승부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