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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LG 1차전 - 강력한 우승후보의 위용은 사라지고..

by 푸른가람 2012.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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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마침내 프로야구의 시즌이 막을 올렸다. 경기조작 파동 등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악재가 있긴 했지만 박찬호, 이승엽 등 거물 해외파를 국내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야구팬들은 충분히 설레며 겨울을 기다릴 수 있었다. 관중 700만 시대를 꿈꾸고 있는 2012년 프로야구는 또 어떤 추억을 우리에게 선사해 줄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각설하고..

야구에 목말렀던 팬들이 야구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오늘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LG의 시즌 개막전에서는 우승 후보 0순위로 손꼽히고 있는 삼성이 LG에 무릎을 꿇었다. 다소 충격적인 결과다. 수많은 전문가들로부터 거의 약점이 없는 팀으로 칭송받던 삼성이었지만 오늘 개막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일단 선발 차우찬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개막전 선발투수가 상징하는 의미는 크다. 사실상 그 팀의 선발진 가운데에서도 최고만이 그 영광스러운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무렵 당사자의 컨디션도 개막전 선발 낙점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나는 선발투수다'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삼성의 선발투수진은 막강하다. 6선발이 아니라 7, 8선발까지도 꾸릴 태세다. 그토록 쟁쟁한 선발투수 가운데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된 차우찬이라면 뭔가가 분명 있었다는 거다. 류중일 감독의 믿음에는 차우찬의 구위에 대한 확신이 있었을 것이고, 오치아이 투수코치 역시 상당부분 조언을 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믿음직스러운 차우찬이 개막전에서 보여준 투구 내용은 정말이지 실망 그 자체였다. 4이닝 6실점이라는 기록이 문제가 아니라 공의 구위나 제구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물론 투수라고 늘 좋은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는 없다. 컨디션이 좋을 때도 있고, 최악의 상태에서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야만 하는 것이 선발투수의 책무이자 숙명이다. 어제까지 최고의 몸상태였는데 갑작스레 난조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의 몸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의 부진에 대한 면죄부가 주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누구나 좋은 컨디션에서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다. 그건 좋은 투수나 실력이 좋지 않은 투수나 마찬가지다. 좋은 투수란 최악의 상황에서도 기대 수준의 피칭은 해 줄 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 팀의 에이스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다.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차우찬의 부진이 그저 오늘 한 경기에 그친다고 한다면 그는 아직 에이스 자리에 오를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고,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구위나 몸 상태가 지금의 수준이라고 한다면 삼성이 그려놓은 2012년 시즌 우승 청사진에 큰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지면 자칫 초반 레이스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우려는 비단 차우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타선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민타자 이승엽의 가세로 한층 타선이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눈에 띄는 변화가 금방 감지되지는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LG 선발 주키치의 공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믿었던 좌타라인이 상대 선발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사실은 겨우 한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133경기를 치뤄야 하는 기나긴 페난트레이스에서 패배는 병가지상사라고 위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즌 개막전이 지니는 의미는 사뭇 크다. 상대에게, 혹은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모든 전력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히나 홈 개막전 패배는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삼성의 우승은 '떼논 당상'인 것처럼 얘기하며, 아예 삼성은 제쳐 두었던 7개 구단들도 생각을 고쳐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강력한 우승후보 삼성의 전력이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면 그 어느때보다 강력한 도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개막전 패배가 기나긴 시즌을 꾸려 가는데 좋은 자극제가 되었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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