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끝날까

by 푸른가람 2011. 10. 30.
728x90

치열했던 4차전 승부가 경기 말미에 삼성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면서 다소 싱거운 한국시리즈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삼성이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앞선 가운데 내일은 잠실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5차전을 맞게 됩니다. 양팀 선발로 삼성은 차우찬, SK는 외국인 투수 고든을 각각 예고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분위기로서는 삼성이 거의 우승을 확정지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우선 지금까지의 한국시리즈 역대 기록이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로 앞서던 팀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우승을 놓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지난 2000년 두산이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3게임을 내준 뒤 기적같은 3연승으로 팽팽한 균형을 맞춘 적이 있지만 그때도 최종 승자는 현대였습니다.

남은 세 경기에서 단 한게임만 이기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삼성 선수들이 느낄 수 있는 그 여유와 단 한게임이라도 삐끗하는 날이면 바로 패배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SK 선수들의 절박함은 남은 한국시리즈에도 분명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SK의 저력이 무섭다고는 하지만 언제까지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단 한국시리즈 5차전의 키는 차우찬이 쥐고 있다고 봅니다. 차우찬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 매티스의 뒤를 이어 불펜으로 깜짝 등판해 3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었습니다. SK타자들은 마치 추풍낙엽처럼 차우찬의 투구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차우찬이 그때 던졌던 공의 90%만 던질 수 있다고 해도 삼성은 승리를 낙관할 수 있을 겁니다.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차우찬은 1차전 3이닝 피칭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몸상태입니다. 다만 문제는 1차전 때와 같은 공의 위력과 투구 밸런스를 한결같이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타자들에 비해 컨디션의 기복이 적은 투수라고는 하지만 우승의 향방이 걸린 5차전인만큼 심리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차우찬이 예상 외로 부진에 빠진다 해도 큰 걱정거리는 아닐 겁니다. 사실 지금 삼성의 투수력은 넘치고 넘치는 수준입니다. 4차전까지도 크게 부하가 걸린 투수들이 없고, 언제라도 대기 가능한 선발급 투수들이 널리고 널렸습니다. 류중일 감독의 한템포 빠른 투수 교체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차우찬이 초반에 난조에 빠진다면 필승 불펜은 물론 6, 7차전 선발투수들만 제외하고는 모든 전력을 쏟아부을 필요가 있습니다. 타자들이 4차전을 통해 타격감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에 초반에 대량실점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중반 이후 반격이 가능합니다. SK 선발 고든 역시 삼성 타자들에 그다지 강한 면모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5차전은 초반 분위기 싸움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또하나의 문제는 선수들이 얼마나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일 겁니다. 언론에서도 거의 99% 이상 삼성의 우승을 확실시 하는 분위기에서 선수들의 심리적 여유가 지나쳐 자만으로 흐른다면 비단 5차전 한게임만의 승패가 문제가 아니라, 남아 있는 한국시리즈도 마음 놓을 수는 없습니다.

5년만의 한국시리즈 패권을 되찾는 길에 이제 마지막 돌 하나를 놓기 직전입니다. 모든 것이 삼성에 유리한 상황입니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삼성의 상대는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21세기 최강팀 SK라는 사실입니다. 아직은 긴장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닙니다. 샴페인은 내일 5차전 승리 후 터뜨려도 늦지 않을 일이니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