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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바람의 아들' 이종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by 푸른가람 2012.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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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추렸던 대지에 봄을 전해주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승엽, 박찬호, 김태균 등 해외파들의 귀환, 프로야구 시범경기 사상 최다관중 입장 소식 등 훈풍이 프로야구판에 부는가 싶더니 뜬금없는 이종범의 은퇴 소식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렵다. 물론 전성기를 훌쩍 넘긴 레전드의 은퇴란 이미 예정된 일이긴 하지만 발표 시기는 말 그대로 전격적이다.

 

이종범은 3월 31일 한화와의 시범경기가 끝난 후 선동열 감독, 김조호 단장과의 면담을 가지고 나서 은퇴 의사를 발표했다. 들리는 얘기로는 이순철 수석코치로부터 올시즌 1군 엔트리 진입이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것이 결정적 이유라고 한다. 문제는 그의 은퇴 발표가 구단의 공식 보도자료를 통한 것이 아니라 한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말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종범은 이날 경기까지 시범경기 7게임에 나와 3할대 타율을 올리고 있는 등 기록만으로 봐서는 전혀 경쟁자들에 밀릴 것이 없다. 물론 공격이 아닌 수비와 주루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들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이는 그저 그의 은퇴를 불가피한 것으로 몰고 가려는 억측에 불과하다.

 

선동열 감독이 KIA로 옮기면서 이종범의 은퇴를 두고 설왕설래 말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선 감독의 성향상 팀 운영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노장선수를 품에 안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예상외로 선 감독의 입장은 호의적이었다.  '실력'으로 판단하겠고 했다. 이름값으로 대우해주지도 않겠지만 나이 많은 노장이라고 해서 내쫓지도 않겠다는 뜻이었다.

 

분명 선동열 감독은 보이는 부분에서는 이종범에게 기회를 줬다고 볼 수 있다. 커나가는 유망주들과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니 선동열 감독을 탓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주어진 기회를 통해 이종범은 분명 올시즌에도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쳤고 성적도 나쁘지 않았지만 돌아온 것은 사실상의 은퇴 종용이었던 것이다. 이미 신종길이라는 대체재가 선동열 감독의 가슴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 누구도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그 마지막 모습이 안타깝다. 양준혁의 경우에서도 그랬지만 유독 레전드의 갑작스런 은퇴 발표에 선동열 감독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다는 것도 불편하다. 1993년 데뷔 이후 1706경기에 출전, 통산타율 .297, 1797타점, 194홈런, 510도루 등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이제 바람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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