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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아시아시리즈 vs 퉁이 - 최형우,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살리다

by 푸른가람 2011.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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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챔피언 퍼스 히트전 10:2 승리, 일본 챔피언 소프트뱅크전 0:9 완패를 통해 극과 극의 불안한 전력을 보였던 삼성이었습니다. 어차피 토너먼트 대회가 당일 컨디션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소프뱅크전에서 보여준 삼성의 경기력은 2011년 한국시리즈 챔피언이라는 명함을 내밀기가 부끄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준결승전인 홈팀 대만 챔피언 퉁이 라이온즈와의 경기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과거 대회에서도 고비 때마다 한국의 발목을 수차례 잡아 왔던 대만이었고, 대만 야구팬들의 극성스런 응원, 심판의 편파 판정 등도 오래된 레파토리처럼 벼랑 끝에 서 있는 삼성 선수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과만 보자면 모든 것이 기우였습니다. 몇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전력상으로는 역시 삼성이 퉁이 보다는 한수 위였습니다. 무엇보다 선발투수로 나선 배영수의 호투가 승리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배영수는 6회에 구원등판한 권혁이 동점을 허용한 탓에 승리투수를 기록하긴 못했지만 5이닝을 1실점(비자책)으로 막아내는 눈부신 역투를 선보였습니다.

빠른 공의 스피드도 140km 중반에 이를 정도로 괜찮았고, 무엇보다 관록을 앞세운 노련한 피칭으로 대만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요리했습니다. 주축 투수들이 모두 대회 엔트리에서 빠진 상태라 마땅한 선발투수감이 부족해 애를 먹었던 류중일 감독으로선 베테랑 배영수의 호투가 고마울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타자 중에서는 역시 최형우의 활약이 빛났습니다. 김상수의 실책으로 1실점, 권혁의 부진 속에 동점홈런을 허용하며 분위기가 대만 퉁이 쪽으로 넘어가려는 경기 후반에 그의 스타성이 빛을 발했습니다. 3:3으로 양팀이 팽팽히 맞서던 8회초 최형우가 터뜨린 시원스런 투런 홈런은 한국 프로리그의 자존심을 살려낸 귀중한 한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력으로는 한수 위라고 자부해온 한국야구지만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대만을 만나면 쉽지 않은 경기를 펼친 적이 많았습니다. 아시아시리즈에서도 일본에 이어 2인자의 위치마저도 위태로웠던 적이 여러 차례입니다. 이번에도 대만에 무릎을 꿇었더라면 그 타격이 클 뻔 했습니다. 자국으로 경기를 유치하며 내심 아시아 2인자로서의 격상을 꿈꿨던 대만으로선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으로 기억될 겁니다.


6회 배영수의 뒤를 이어 나온 권혁의 피칭이 아쉽기는 했지만 권오준, 오승환 등 삼성 불펜진의 피칭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함, 그 자체였습니다. 권오준이 동점을 허용한 이후 어수선한 상황에서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깔끔하게 틀어막아 준 것이 결국 최형우의 결승 홈런을 불러온 원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차전 호주 퍼스전에서 보여줬던 불안한 모습을 말끔히 씻어낸 피칭이었습니다.

끝판대장 오승환의 위력은 바다 건너 대만에서도 여전했습니다.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앞세워 대만 타자들을 손쉽게 요리하며 아시아 최고 마무리 투수의 위용을 뽐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화요일에 다시 만나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입니다. 첫 만남에서 0:9로 무기력하게 물러났지만 결승전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믿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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