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vs SK PO 3차전 - 저력의 SK, KS까지 1승 남았다

역시 SK의 저력은 무섭습니다. 객관적 전력상 열세로 예상됐던 KIA와의 준플레이오프를 1차전 패배 후 3연승의 신바람을 타며 단숨에 넘어서더니 정규시즌 2위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대결에서도 2승 1패로 앞서며 대망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역시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옛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마운드에선 선발 송은범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줬습니다. 당초 2차전 선발로 예고되어 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갑작스럽게 3차전으로 미뤄진 등판이 결과적으론 송은범 개인에게나, 팀에게 득이 되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이하는 등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팀 승리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사실 송은범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원래부터 팔꿈치가 좋지 않은데다 감기까지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관록있는 피칭으로 막강한 롯데 강타선을 상대로 피안타 3개와 사사구 3개만 허용하는 데 그쳤습니다. SK는 송은범이 6이닝을 소화해 준 덕분에 박희수, 정대현만으로 경기를 매조지해 불펜진의 부하를 줄이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마운드에 여유가 생긴 SK로선 내일 4차전에 모든 전력을 올인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습니다. 아직 타선이 예전의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챤스에서의 집중력 있는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플레이오프 들어서는 어느 특정 선수의 활약에 의존하기 보다는 모든 선수들이 골고루 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SK의 포스트시즌 상승세는 객관적 전력 뿐만 아니라 전임 감독 퇴진 과정을 둘러싼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추스리고 일궈낸 승리라 더욱 의미가 깊다고 봐야 합니다. 시즌 중반 갑작스럽게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후 SK는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이 사실입니다. 일부 팬들의 시위 때문에 SK 선수들은 홈구장에서 벌이는 경기가 부담스럽까지 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SK 선수들의 경험은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상대팀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의 야구를 제대로 펼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그 중에서 3번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것이 결코 운이 아니었음을 경기 결과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내일 경기마저 SK가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기다리고 있는 삼성으로선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K를 만나 시종일관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친 끝에 4전 전패의 치욕을 맛본 경험이 있습니다. 비록 SK의 전력이 작년과 같지 않다 하더라도 한국시리즈 무대에서의 SK는 마치 과거 해태를 보는 듯 빈틈이 없는 팀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