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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2011년 프로야구 올스타전 리뷰 - 큰 별로 떠오른 최형우

by 푸른가람 2011.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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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년의 시간이 흘러 잠실구장에서 2011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어제 열렸습니다. 올해는 프로야구 30주년을 맞이해 다채로운 행사가 많이 열려 팬들의 기대를 모았는데 올스타전 승부 자체도 10회 연장까지 가는 박빙이었습니다. 과거 같으면 승패에는 큰 관심이 없어 다소 싱거운 경기가 많았는데 몇해 전부터는 경기 양상이 많이 달라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 선수들이다보니 상금이나 이런 것들에 다소 민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야구장을 찾아온 많은 팬들에게 보다 재미있고 진지한 경기를 선사하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어제 경기는 웨스턴리그 올스타가 10회말에 이병규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이스턴리그에 5:4 한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지난해 대구에서 열렸던 올스타전의 판박이 같습니다. 물론 지난해에는 이스턴리그가 황재균의 끝내기 안타로 9:8 한점차 승리를 거뒀었는데 올해는 웨스턴리그 올스타가 멋지게 복수전을 펼친 셈입니다.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오승환을 상대로 한 승리라 팬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끝내기 안타가 터지는 순간 덕아웃에서 모든 선수들이 뛰어나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에서 선수들의 진심이 느껴지더군요. 1루 주루코치로 나가있던 한대화 한화 감독마저도 이병규를 얼싸안고 즐거워 하는 모습이 마치 한국시리즈 최종전에서 승리를 거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선수들이 올스타전 승부에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은 보기 좋습니다. 저 역시도 예전에 올스타전에 선수들이 설렁설렁 놀러나온 듯 무성의하게 경기에 임하는 모습 불만이었거든요. 그런데 9회초 2사 2,3루 상황에서 최형우 타석에 덕아웃에서 고의사구를 지시한 장면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만 했습니다.

이날 투런 홈런에 2루타까지 치며 강력한 미스터 올스타 후보였던 최형우가 공정한 경쟁의 기회마저 가져보지 못한 것은 분명 올스타전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들 내노라하는 선수들인데 이기든 지든, 정면승부를 걸어보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 비단 저 혼자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에서 열렸던 지난해 올스타전에서는 삼성의 레전드 올드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뜻깊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넥센 감독을 맡고 있는 김시진(투수), SK 2군 감독 이만수(포수)를 비롯 한시대를 풍미했던 대구야구의 자랑스런 얼굴들을 모처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구팬들에게는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지난해가 삼성이라는 특정 구단에 한정된 올드스타 이벤트였다고 한다면 올해는 그 범위를 크게 넓혔습니다. 2011년은 바로 프로야구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KBO에서는 이를 기념해 온라인과 야구전문가 투표를 거쳐 프로야구 레전드 스타 10명을 뽑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그 면면이 정말 화려합니다.


프로야구의 역사와 전통이 이제 서서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야구계 스스로가 그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길 바랍니다. 투표에서 전체 1위에 오른 이만수(포수) SK 2군감독이 투수부문 1위에 오른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을 포수로 앉히고 시구를 하던 장면은 올드 야구팬들에겐 정말 감동스런 순간이 아닐 수 없었을 겁니다. 

화려한 불꽃쇼 속에 잔치는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팬들은 새로운 별들의 향연을 보기 위해 다시 1년을 기다릴 것입니다. 그 1년 이란 세월 동안 새로운 별이 뜨고 지겠지요. 2011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이병규를 미스터 올스타로 남겼지만 오히려 더 빛났던 것은 최형우라는 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좀처럼 보기힘든 조범현 감독의 고의사구 지시 덕분에 우승팀과 MVP가 뒤바꾸긴 했지만 다른 의미에서 보자면 진정한 승자는 최형우의 몫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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