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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의 3대 사찰 가운데 동학사, 갑사에 비해 신원사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절이다.
(원래는 구룡사를 포함해 계룡산 4대 사찰로 불렸지만 구룡사는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다.)
동학사나 갑사는 예전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소개되었으니 더 얘기할 필요도 없겠지만
계룡산 한쪽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 신원사는 감춰진 보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동학사나 갑사 앞에는 식당이 꽤 많이 있어서 관광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데 반해
신원사는 그런 번잡한 속세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어 조용하고 한적한 것이 무척 좋다.
매표소를 지나 신원사 경내에 이르는 작은 길가에 식당들이 몇채 보이는데
나중에 다시 오게 된다면 소박한 식당에서 막걸리 한잔 들이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신원사의 첫 느낌은 따뜻함과 한적함이었다.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신원사 경내에는 단 하나의 연등도 걸려 있지 않았다.
연등이 가득 매달린 절집 풍경을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내겐 다행스런 일이었지만
분명 찾아오는 신자들도 있을텐데 조금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외부와 단절시키는 높다란 담장도 없어 활짝 열린 절이란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한장한장 쌓아올렸을 돌담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대웅전을 만나게 된다.
울긋불긋한 봄꽃들이 활짝 피어나 있고, 바닥에는 잔디가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다.
보통은 대웅전만 보고 발걸음을 되돌리곤 하는데 이곳 신원사에는 또다른 볼거리가 있다.
안보고 가면 분명 후회할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건축물인 중악단이 바로 그것이다.
중악단은 대웅전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자리에 있는데 한국 산악신앙의 제단이라 한다.
바깥쪽에서 대문을 들어서면 본전과의 사이에 중문이 하나 더 있다.
일직선으로 이어진 배치와 좌우대칭형의 건축 구조가 위엄을 느끼게 한다.
중악단이라는 편액의 글자에서 뭔지모를 힘이 느껴지는 것 같아 한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낡고 빛바랜 단청에서 오랜 세월이 묻어 나온다.
중악단 사방에 둘러쳐져 있는 담장의 문양들에도 눈길이 간다.
중악단 앞의 너른 밭에는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비바람에 씻기고 깨진 돌탑이 자리잡고 있는 이곳이 신원사의 원래 금당 터로 추정된다.
이 곳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계룡산 자락이 한결 부드럽게 다가온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만나게 되는 사천왕문의 사천왕들은 전혀 무섭지가 않다.
전국의 꽤 많은 사찰들을 다녀봤고 사천왕상의 모습을 봤지만 이곳처럼 인자한 모습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기까지 하는 사천왕상의 모습이 따뜻한 신원사를 꼭 빼닮은 것 같다.
* 신원사 사진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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