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두산 6차전 - 이틀 연속 끝내기 안타로 4연승 신바람

삼성이 9회말에 터진 신명철의 끝내기 안타 덕분에 이틀 연속 짜릿한 한점차 승리를 거두며 2위 LG에 1게임차로 따라 붙었다. 전날 넥센과의 경기에서는 박석민이 9회말 2타점 적시타로 대구 홈팬들을 열광시키더니 두산을 상대로 맞이한 주말 3연전 첫 게임에서도 거칠 것 없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5월 들어 승수 추가에 실패하고 있는 차우찬과 니퍼트의 선발 맞대결은 팽팽했다. 투수들의 투구 내용은 좋지 못했다. 차우찬은 초반에 3실점으로 흔들렸지만 중반 이후 구위를 회복하며 6과 2/3 이닝을 3실점으로 잘 버텼다. 승리투수 요건에다 QS까지 기록하며 마운드에서 내려갔지만 믿었던 오승환이 시즌 첫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는 덕분에 오늘도 승리와는 인연이 멀었다.

여전히 직구의 빠르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변화구의 각 역시 예리하지 못했다. 폭투에다 보크로 어이없는 실점까지 허용할 때만 해도 5이닝을 버티기 힘들어 보였는데 그나마 좋지 않은 컨디션에서도 선발 투수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모습은 칭찬할 만 하다. 누군가 차우찬은 1,2회가 특히 불안하니까 3회부터 마운드에 올리면 어떨까란 얘기도 했는데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두산 선발 니퍼트는 억울할 만 하다. 투구 내용만 봐서는 차우찬보다 나았다. 직구의 구위도 좋았고 컨디션도 괜찮아 보였는데 이번에도 야수들의 실책이 화근이 됐다. 중견수 정수빈은 박한이의 평범한 단타를 뒤로 흘려 3루까지 진루를 허용했고, 3루수로 나선 윤석민은 내야땅볼 타구때 홈으로 쇄도하는 3루 주자의 등을 향해 공을 뿌려 결정적 실점을 허용했다.

기록된 실책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포수 양의지는 2루 주자 진갑용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기본을 망각한 2루 견제로 느림보 진갑용에게 3루 도루를 허용하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2루로 바로 던질 것이 아니라 런다운에 걸린 주자를 몰아가야 하는 것이 수비의 기본인데 마치 무엇에 홀린 듯 실책을 남발하는 두산의 팀분위기는 연승행진에 나서기 전 삼성의 그것을 꼭 빼닮았다.

반면 삼성의 수비는 오늘도 빛났다. 단 하나의 실책을 허용하지 않은 것도 고무적인 부분이지만 기민한 중계 플레이로 3루로 내달리던 정수빈을 잡아낸 장면이라든지,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낸 김상수, 신명철의 호수비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9회초 신명철의 그 수비는 마치 가제트팔이 쭉 뻗어나오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했다.

그동안 여러차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했던 수비가 제 모습을 되찾고 있어 다행스럽다. 삼성 야구의 자랑스런 전통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물샐틈 없는 수비가 아니었든가. 믿음의 야구도 좋고, 투수 왕국도 좋고, 화끈한 공격야구도, 발야구도 다 좋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결코 놓을 수 없는 것이 안정된 수비인 것이다.

올시즌 목표가 단 한차례의 블론 세이브도 기록하지 않는 것이라던 오승환이 시즌 첫 BS를 기록했다.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자신감이 지나친 것이 오히려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제구가 되지 않은 직구는 제 아무리 빠르고 볼끝이 좋다해도 장타를 허용하기 십상이다. 오늘 경기를 거울삼아 앞으로 더 이상의 블론 세이브는 오승환 사전에 없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