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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SK 6차전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by 푸른가람 2011.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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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답지 않은 졸전이었고, 김광현답지 않은 투구였다. 김광현과 차우찬, 리그를 대표하는 두 좌완 에이스간의 맞대결로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삼성과 SK의 대구경기였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별로 없었다. 비록 정근우의 예기치 못한 실책이 터져 나오긴 했지만 김광현은 2회에만 7안타 7실점으로 속절없이 무너지며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오늘 경기는 김광현의 선발 복귀전이었다. 컨디션 난조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김광현은 지난 21일 1군에 복귀한 다음날인 22일 넥센전에서 중간계투로 등판해 깔끔한 피칭으로 김성근 감독에게 믿음을 줬다. 5월 3일 한화전 이후 무려 20여일만의 선발 등판이라 부담이 됐는지 선두타자 배영섭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후속타자를 병살타와 외야 플라이로 처리하며 1회를 산뜻하게 마무리했다.


위기는 2회에 찾아왔다. 2회초 SK 공격때 최윤석이 차우찬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기분좋게 선취득점해 줬지만 최형우를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킨 것이 화근이었다. 가코의 중전안타와 보내기 번트로 맞은 1사 2,3루 상황에서 박한이의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굴러갔고 정근우는 재빨리 홈으로 송구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발이 느린 최형우를 넉넉하게 홈에서 아웃시킬 수 있을만큼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뭐에 씌기라도 한 듯 정근우의 홈 송구는 박경완의 미트를 벗어났고 공이 뒤로 흐른 사이 2루주자 가코마저 홈을 밟으면서 승부는 순식간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김광현의 얼굴에서 허탈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었고 이후의 투구는 김광현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모처럼의 선발 복귀전이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야수들의 안정된 수비가 중요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오늘 김광현의 투구는 단순히 심리적인 요인 탓이라고 보기에는 구위와 제구 모두에서 문제가 있어 보였다. 1위를 달리고는 있지만 김광현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김성근 감독의 고민이 점점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맞대결을 펼친 차우찬 역시 투구 내용이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오늘 경기도 초반이 불안했다. 1, 2회 투구내용이 좋지 않다가 중반 이후 페이스를 찾아가는 반갑지 않은 징크스가 생긴 것인지 늘 비슷한 페이스의 경기 운영을 보이고 있다. 2회 최윤석에게 투런 포를 얻어 맞으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선발투수로서의 임무는 충분히 소화했다.

7이닝동안 9피안타(1홈런) 2사사구를 허용하며 3실점했지만 2회 타자들이 집중타를 터뜨려준 덕분에 시즌 4승째를 올렸다. 완벽한 투구는 아니었지만 팀이 최근 사직 롯데전에서 졸전을 벌이며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강적 SK를 상대로 반전의 기회를 잡게 해 준 것은 역시 에이스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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