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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팔경의 하나인 가을 풍경이 기대되는 계룡산 갑사 실제로 가 본 갑사는 생각해 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단풍이 곱게 물든 갑사의 가을이 계룡팔경의 하나라고 할 정도로 절경이라지만 갑사 오르는 길에서 만나는 초여름의 신록 또한 동학사 계곡의 신록에 뒤질 것이 없어 보였다. 생각보다는 큰 절이었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계룡산 갑사라고 씌어진 일주문을 지나면 멋진 풍경들이 반겨준다. 수령 수백년은 훌쩍 넘은 고목들이 넉넉한 품으로 하늘을 가려 풍성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군데군데 껍질이 벗겨진 나무를 따라 담쟁이가 짝을 이뤄 하늘로 내달리고 있다. 피곤에 찌든 두 눈이 아주 호강을 하는 느낌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갑사 구석구석에는 연등이 가득이다. 알록달록한 연등의 다양한 색이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한 산과 계곡의 모습.. 2011. 6. 7.
해질 무렵 햇살처럼 따사로운 기억의 부여 무량사 몇해전 경주 서출지를 들렀다 우연히 만나게 된 무량사란 절이 있었다.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경주 무량사라는 절의 유래나 기원을 알 방법이 없었는데 그 덕분에 충남 부여에 같은 이름을 지닌 무량사를 알게 된 것도 우연이 빚어낸 필연이었을 것이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부여 무량사에도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약속을 생각보다 빨리 지킬 수 있게 된 셈이다. 공주와 부여의 여러 곳들을 다니다보니 계획보다 시간을 지체한 탓에 무량사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시간이 다 됐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일주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미 절 구경을 다 마친 일행이 돌아 나오고 있었다. 사방이 고요한데 일행들의 웃음소리가 적막 속에 유독 도드라지게 들렸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모신 가족들의 행복한 웃음소리에 내.. 2011. 6. 6.
벚꽃 만개한 개심사에서 마음을 열다 개심사(開心寺). 참 멋진 이름을 가진 절입니다. 직접 가보면 이름만 멋진 게 아니라 그 이름에 어울리는 아름다움과 멋을 가진 절이란 걸 알게 됩니다. 모처럼 산사라는 이름에 걸맞는 아담하고 조용한 절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상왕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개심사는 작은 절입니다. 예산에 있는 수덕사의 말사로 백제 의자왕 11년때 지어진 것으로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절의 규모에 비해서는 많이 알려진 탓인지 주차장은 많은 차량과 사람들로 복잡했습니다. 입구의 상가를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상왕산 개심사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일주문을 만나게 됩니다. 보통의 절처럼 평탄한 길을 조금만 걸어 가다보면 절을 만나게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올라가 가뿐 숨을 몰아쉴 .. 2011. 5. 22.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 봄경치가 아름다운 공주 마곡사 마곡사는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태화산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조계종 제6교구 본사로서 신라 선덕여왕 9년(640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제시대 때에는 31본산 가운데 한곳으로 충남지역 일대의 100여 사찰을 거느린 대찰이었고, 지금도 인근의 70여 말사를 관장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절의 규모가 많아 축소되었습니다. 마곡사가 위치한 산과 물의 위치는 태극형으로 택리지나 정감록 등에 따르면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지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비서들의 예언은 맞아 떨어지지 않은 것 같네요. 마곡사는 1172년(고려 명종 2년) 보조국사 지눌이 중창하기 이전까지는 폐사가 돼 도적들의 소굴로 이용되었었고, 임진왜란 때도 큰 화를 입어 모든 건물이 소실된 아.. 2011. 3. 12.
절은 절하는 곳이다 저는 절을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심이 충만한 신자는 아닙니다. 그저 고즈넉한 산사에 갔을 때 느껴지는 포근함이 좋고, 절을 감싸고 있는 산자락과 잘 어울리는 누각과 당우들을 카메라에 담는 순간이 좋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몇해 전부터 작정하고 주변의 이름난 고찰들을 돌아보는 중입니다. 전국에 수백 수천의 절이 있을 겁니다. 이 중에서 어딜 가볼까 선택하는 것은 늘 고민거리입니다. 이번에 그 힘든 선택에 도움을 주는 책이 한권 나왔더군요. 인터넷에서 책을 검색하다 우연히 이 독특한 제목의 책을 발견하고는 무언가에 홀리듯 바로 주문을 했습니다. '절은 절하는 곳이다' 라는 알듯 말듯한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소설가 정찬주가 남도의 작은 절 마흔 세곳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는 꽤 유명하신 분.. 2011. 2. 27.
깊어가는 가을, 아름다운 내소사 전나무숲길에 흠뻑 빠지다 내소사를 찾았던 것은 온전히 그 유명한 전나무숲길을 걸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부안 내소사 전나무숲길은 일주문과 천왕문 사이를 잇는 500m 길이의 숲길로 150여년전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3대 전나무숲길로도 유명한데 나머지 두 곳은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과 경기도 남양주 광릉수목원 전나무숲길이지요. 지난해 여름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다녀왔을 때도 그 풍성하고 울창한 숲길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었는데 이번 내소사 전나무숲길은 그보다도 훨씬 더 좋았습니다. 월정사 길이 뭔가 신작로 느낌이 강했다고 한다면 이 내소사 숲길은 말 그대로 숲길의 느낌 그대로여서 걷는 내내 참 행복하고 가슴 속까지 상쾌해지더군요. 피톤치드라고 하지요. 하늘을 향해 기세좋게 곧게 뻗어있는 전나무숲에서 뿜어.. 2010.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