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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257

좋아하는 철학자 있으세요? - 인기 철학자 67명이 한 권에 모였다 인기 철학자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물론 세계적으로 저명한 철학자들이야 있겠지만 특정 대상에게 조사를 한 것도 아닐텐데 란 책에 소개되어 있는 67명의 철학자를 선정한 구체적인 기준이 있는 지 궁금하다. 독자들이 책을 펴고 나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호기심의 연속이고 궁금함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는 기원 전 시대를 살았던 탈레스부터 아직까지 현역에서 뛰고 있느 뤽 페리에 이르가까지 예순 일곱 명의 철학자들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철학자 한명이 차지하고 있는 분량이 겨우 네 페이지에 불과하다. 철학자의 깊은 인식을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함이 분명하다. 비록 대학에서 철학은 전공했다고는 하지만 희곡 작가 겸 감독인 지은이의 직업 역시 독자들에게 의문을 안겨준다. 사실 이 책은 독자층이.. 2015. 9. 29.
역사 그리고 문화, 그 삶의 흔적을 거닐다 - 호기심 많은 방랑객의 당돌한 여행기 기본을 어그러뜨리지 않고 착실하게 잘 쓰여진 기행문이다. 호기심 많은 방랑객의 당돌한 여행기란 표현도 사뭇 잘 뽑아낸 것 같다. 는 시사월간지 의 편집위원을 지낸 김수종이 지난 5-6년 동안의 여행의 경험을 잘 녹여낸 책이다. 김수종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여행을 택했고 이 책은 그 길었던 여정의 결과물인 것이다. 책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은 그런 목표나 꿈을 갖는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 아니요, 설령 관심이나 의욕이 있다 하더라도 완성에 이르는 과정 또한 지극히 고난하다. 나 역시도 같은 경험을 했기에 방랑객 김수종의 마음이 충분히 그려진다. 이 한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그가 보냈을 불면의 시간들과 마음고생까지도 오롯이. 그의 여정은 역사가 살아 숨쉬는 섬 강화.. 2015. 9. 23.
밤 열한 시 - <생각이 나서>, 그 후 삼 년 동안의 이야기 작가 황경신은 밤 열한 시를 두고 참 좋은 시간이라 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할 만큼 했으니 마음을 좀 놓아볼까 하는 시간이며, 일어난 모든 일들에 대해 어떤 기대를 품어도 괜찮고, 일어나지 않은 모든 일들에 대해 그저 포기하기에도 괜찮은 시간이라며. 하루가 다 지나고 또 다른 하루는 멀리 있기에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사랑도 멈추고 모든 걸 멈출 수 있는 시간이라서 참 좋단다. 요즘의 내게 있어서 밤 열한 시는 조금 애매한 시간이다.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부족한 듯 하고, 그렇다고 하던 일을 접고 잠자리에 들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다. 그래서 어쩌면, 그 시간은 내 삶에서 부재의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존재하기는 하되, 무위의 시간이라서 도통 이루어지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서.. 2015. 9. 18.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 7년 동안 50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깨달은 것들 바야흐로 '힐링'의 시대가 도래했다. 현실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극한의 무한 경쟁 속에 내몰린 현대인들은 '번아웃 신드롬'의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것처럼 사람을 지치게 하는 많은 장애물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를 쓴 카트린 지타는 오스트리아 연합통신과 오스트리아 최대 일간지인 크로넨 자이퉁에서 10년간 베테랑 기자의 삶을 살았다고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날 문득 그녀에게 남은 것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일에 매달려야 안심이 되는 일 중독, 관계단절과 이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모두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2015. 9. 7.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일본의 어느 작은 시골빵집에서 몇년 동안 빵을 구워오고 있는 사람이 바라본 자본주의의 문제점, 그리고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해결방안. 라는 작은 책에 담겨진 큰 담론이다. 경제학 전공자나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반인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 책을 지은 와타나베 이타루 역시 경제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가 대학 졸업 후 취직했던 유기채소 판매회사에서 몸소 체험했던 자본주의의 어두운 그늘을 벗어나 '다루마리'라는 빵집을 통해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에 흥미롭게 전개되어 있다. 그는 자본주의의 근원적 문제점을 썩지 않는 경제에서 찾고 있다. 보다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노동력을 착취하고, 과학기술의 혁신으로 얻은 과실이 사회 전체에 .. 2015. 9. 6.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같은 작가의 책이란 사실을 알고서 깜짝 놀랐다. 지난해 초 일본 메이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사이토 다카시가 쓴 란 독특한 제목의 책을 읽었던 기억과 비교하자면 이란 책은 생뚱맞게 느껴질 정도다. 물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잡담을 잘 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 겠지만 잡담과 고독이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란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교육학과 커뮤니케이션론을 전공한 사람이었기에 저술에 있어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지 않나 추측해 본다. 이 책은 다분히 저자의 개인적 경험에서 우러난 것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려 한다. 란 책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진면목을 보여 준 그였지만, 화술 좋고 사교성 좋을 것 같은 그에게도 암흑의 세월이 있었다는 것은 다소 뜻밖이다. 대입에 실패했던 열.. 2015. 8. 31.
오름에서 불어오는 영혼의 바람 - 김영갑 십 년 만의 나들이 두모악 갤러리 앞마당에서 쉬고 있는, 제주도의 바람을 사랑하다 제주도의 바람이 된 사진작가 김영갑의 새 책이 나왔다. 루게릭 병에 걸려서도 사진 찍는 일과 두모악 갤러리 만드는 일에 손을 놓지 않았던 그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이 세상에 있지 않은 사람의 글과 사진을 담은 책이 새로 나왔다는 것 또한 독특한 일이다. 책에 있는 사진과 글들은 매우 익숙하게 느껴진다. 몇해 전 따스한 조명 아래 고요히 읽었던 김영갑 작가의 책 에서 보았던 글과 사진이 많아서일까. 차이가 있다면 이번 책은 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제주도의 수 없이 많은 오름에 관한 사진과 글이 주를 이룬다. 그의 제주도 사진은 여전히 좋다. 그는 제주도가 좋아 고향을 떠나 제주도 중산간 외딴 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혼자 .. 2015. 8. 27.
생각이 나서 - 황경신 한뼘노트 "생각이 나서"란 말은 참 따뜻하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왜 전화했어? 혹은 어쩐 일이야? 라는 물음에는 빙긋 웃으며 "그냥...생각이 나서..." 이런 대답이 제격이다. 얘기하려면 정확한 이유를 대지 못할 것도 없지만, 또 굳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는 사이 같아서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저절로 마음이 푸근해질 것 같다. 라는 따뜻한 제목의 에세이집을 펴낸 황경신이라는 이름에서 오래된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아주 자주는 아니었지만, 가끔 PAPER라는 잡지를 사서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잡지의 앞뒤 어디에선가 분명 그녀의 이름을 봤던 것 같다. 황경신의 글에서는 여전히 PAPER 냄새가 난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 하는 얘기니까 아예 향기가 난다고 해 볼까? 요즘 이런 류의 책들은 흔하다. 사진과 글이 적당.. 2015. 8. 21.
조선 임금 잔혹사 - 그들은 어떻게 조선의 왕이 되었는가 심도 있는 역사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카피라이터 출신의 작가가 쓴 책에 어울리는 적당한 깊이와 또 적당한 재미가 곁들어진 책이란 생각이 든다. 를 지은 조민기의 이력이 이채롭다. 그는 한양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후 영화사를 거쳐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칼럼니스트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딱딱하지 않아서 읽기가 편하다. 지나간 역사를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소 식상하게 읽혀질 수도 있지만 지루하지 않게 재미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한 덕분이다. 라는 다소 섬뜩한 제목을 가진 이 책에는 조선의 임금 자리에 올랐던 아홉 명의 군주와, 임금이 되지 못했던 세 명의 세자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다지 새로운 소재는 아니기 때문에 독자들의.. 2015. 8. 19.
그럼에도 여행 - 소유흑향, 무모해서 눈부신 청춘의 기록 소유흑향? 이뿌장한 외모를 지닌 이 여인네가 누군지 잘 알지 못했다. 책을 사서 읽으면서도 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도통 관심이 없었다. 이라는 책 제목에 나도 모르게 끌렸던 것 같다. 어차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책 까지 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실망하지 않을, 그런 자신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노경원 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다. 어려운 형편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꿋꿋하게 개척해 낸 그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녀가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인터넷 스타"가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가 세속적인 성공을 거뒀든 아니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는 그에 걸맞는 찬사를.. 2015. 8. 13.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저명 작가는 여행기를 어떻게 쓸까? 하는 궁금증에 주저없이 이 책을 골랐다. 세계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가 이 책의 제목이다.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 책의 제목을 고른 것은 아니겠지만 독자의 호기심과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한 제목 선택인 것 같다. 책 표지에 실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사진이 이채로우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녹이 슨 고철덩어리가 된 전차(혹은 장갑차?) 위에 호기롭게 올라 서 있는 그가 입은 청바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는 초원의 푸른 빛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나이는 들었으되, 아직 여전히 청춘이구나 하는 그런 느낌 말이다. 하긴, 이 책에 담긴 글들이 대부분 1990년대 초, 중반에 쓰여진 것들이니 젊은 시절의 무라카미 하루키와, 그 시절 그의 감성.. 2015. 8. 10.
유신 -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 '유신'이라는 용어는 지금 세대에게는 무척 생소한 단어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태어난 1972년 10월 무렵의 어느 날(정확히는 10월 17일)에 우리나라의 눈부신 산업화를 이끌었다고 칭송받는 지도자, 박정희 대통령은 10.17 특별조치를 발표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10월 유신'이라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10월 유신 즈음에 태어난 '유신 키즈'지만, 유신의 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는 없었다. 국민학교에 입학해 겨우 사회생활의 맛을 보고 있었던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의 총탄에 서거하고 만 것이다. 어린 기억에도 엄청나게 넓은 실내 공간에 단체로 가서 묵념을 했던 일이 생생히 남아 있다. 무수히 많았던 국화 다발과 향 내음까지도 마치 어제 일처.. 2015.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