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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SK 15차전 - 결국 그라운드는 불탔다

by 푸른가람 2011.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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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최단 시간 경기였다는 것이 말해주듯 오늘 경기는 뭔가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나, 양팀 벤치나, 관중석의 팬들까지도 머릿 속으로는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갑작스럽게 김성근 감독이 팀을 떠나고 이만수 감독 대행이 SK의 새 지휘봉을 잡게 됐지만 출발은 그리 깔끔하지가 못했습니다.

이번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일단 오늘은 경기 자체만 간단하게 정리하고자 합니다. 이만수 감독 대행의 데뷔전, 삼성의 새 외국인 투수 저마노의 한국 무대 공식 데뷔전이기도 했던 오늘 삼성과 SK의 시즌 15차전은 무기력한 양팀 타선의 빈공 속에 채태인의 투런 홈런 한방을 끝까지 지켜낸 삼성이 2:0으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첫 선을 보인 삼성의 외국인 투수 저마노는 일단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오늘 상대한 SK가 최상의 전력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지만 일단 제구가 안정되어 있고, 변화구가 꽤나 위력적으로 보였습니다. 6이닝을 던졌는데 3피안타 1볼넷을 허용했지만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습니다.

탈삼진도 네개를 기록했는데 낙차 큰 커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상대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빠른 공이 타자를 압도할 정도로 위력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매티스에 이어 저마노까지 선발진의 한 축을 든든히 지켜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떠나간 김성근 감독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으로 관중석은 가득 차 있는 듯 했습니다. 마치 홈팀의 앞날에 저주라도 퍼붓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시시때때로 오물이 날아들고, "김성근"을 연호하는 소리가 문학구장을 흔들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양팀 선수들이 제대로 된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큰 사고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역시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네요. 경기 종료 후 수백여명의 관중들이 그라운드로 내려와 이른바 '유니폼 화형식'을 거행했다고 합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그 장면을 봤는데 안타깝습니다. 물론 믿고 따르던 감독을 잃은 상실감과 이로 인한 분노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이런 행동들이 용인될 수는 없습니다. 하루빨리 SK와 SK팬들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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