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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97

반하는 건축 - 함성호의 반反하고 반惑하는 건축 이야기 살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만남과 접하게 된다. 좋은 만남은 삶을 더 넓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함성호라는 건축가를 알게 된 것이 내게는 그렇다. 물론 건축가이자 시인이며 다재다능한 그를 직접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우연히 접하게 된 책 한 권을 통해 내 삶의 폭이 지금껏 살아오던 것 보다는 좀더 넓어지게 된 것 같다. '철학으로 읽는 옛집'이라는 책 한 권을 통해서 우리 전통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책에 소개된 명작들을 찾아 먼 길을 마다않고 떠났었다. 책 몇 줄 읽는다고, 비슷하게만 보이는 오래된 건축물들을 유심히 살펴본다고 해서 건축을 이해할 수 있다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건축가 함성호가 쓴 '반하는 건축'이란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책 제목인 '반하는 건축'.. 2013. 1. 20.
작은 땅 내 집 짓기 - 20평 땅만 있어도 큰 집 지을 수 있다! 누군가 내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뭘 하고 싶냐고? 난 집을 짓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남은 세상에서 그 꿈을 이룰 가능성도, 다시 태어날 가능성도 높지 않겠지만 죽기 전에 내 마음에 드는 집을 짓고 싶다는 꿈은 내 마지막 순간까지도 함께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여전하긴 하지만 몇해 전 내 집 짓기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살기 편하다는 아파트를 버리고 나의 개성과 취향을 살릴 수 있고, 편안한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을 직접 창조해 낸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작은 땅 내 집 짓기'라는 책에 실려있는 스물 일곱 채의 집 속에는 수많은 이들의 꿈들이 현실로 표출되어 있다. 내가 원하는 삶에 맞춰 내가 꿈꿔오던 단독주택을 직접 지은 일본의 평범한 27가족의 집을 구.. 2013. 1. 13.
무취미의 권유 - 무라카미 류의 비지니스 잠언집 무라카미 류라는 작가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영화감독, TV 토크쇼 진행자, 사진 작가 등 다양한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하나도 하기 힘든 일을 척척 잘 해내는 사람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든다. 그의 주 종목인 소설이 아닌 '비지니스 잠언집'이라는 생소한 쟝르의 책을 먼저 접했다. "무취미의 권유"라는 제목마저 생소하다. 아마도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번역해 온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 책은 비지니스맨을 위한 월간지 '괴테'에 무라카미 류가 연재했더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평생을 살면서 봉급을 받아 생활하는 직장생활의 경험이 없는 무라카미 류가 비지니스맨을 위한 충고.. 2012. 12. 9.
찾기 쉽고 머물기 좋은 "넌 나의 대한민국 베스트 여행 책" 사진이란 걸 취미로 하면서 부터일 것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 그 곳을 걸으며 많은 것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욕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여행이란 단어는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일상을 견디게 하는 '비타민'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넌 나의 여행책"이란 책을 박재상과 함께 만든 김은영이란 사람에게서 동류의식을 느끼게 된다. 어릴 때부터 사회과부도를 끼고 살았던 그녀는 그것이 인연이 되어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여행사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그 사람처럼 나 역시도 어릴 때 사회과 부도를 참 좋아 했었다. 학기 초 새로운 교과서를 받으면 가장 오래 펴놓고 살펴봤던 책이 바로 사회과 부도였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우리나라 곳곳의 신기한 풍경들.. 2012. 12. 1.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져라 - 당신의 가슴에 말을 거는 그림, 사진, 글 독특한 형식의 재미난 책이다. 나도 취미로 사진을 찍으면서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호작질(?) 이었지만 그림 솜씨도 없고 글 솜씨도 모자라 언감생심 시도를 해보지 못했던 일. 한 장의 사진 속에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주는 그림과 글을 넣어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지은이의 능력이 부럽기만 하다.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이유는 무얼까. 나이 들면서 우리가 상상하기를 그만 두기 때문이라는 지은이 정헌재의 얘기에 공감이 가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무미건조해 진 삶을 세월 탓, 세상 탓 하기 보다는 나 자신의 무심함에서 그 원인을 찾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상상하는 법을 잊었다기 보다 상상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혹은 창피하다.. 2012. 10. 14.
침묵의 봄 - 세상을 바꾼 인물, 세상을 변화시킨 책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환경학 최고의 고전이라는 찬사를 받는 '침묵의 봄'이 1962년 출간된 지 올해로 딱 50년을 맞았다. 이 책을 통해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의 큰 공을 인정해 지난 2002년 12월 미 시사주간지 은 그녀를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너무나 유명한 이 책의 내용은 사실 단순하다. '완벽한 살충제'로 알려졌던 DDT와 같은 합성 살충제의 과도하고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우리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으며, 종국에는 그 피해가 인간에게 미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보다 적은 비용을 들여 해충을 효과적으로 '몰살'시키기 위해 뿌려진 화학물질들의 감춰진 위험성은 가히 충격적이다. 출간 당.. 2012. 10. 12.
다시, 집을 순례하다 - 20세기 건축 거장들이 지은 8개의 집 이야기 만약 내세가 있어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남은 인생의 꿈 가운데 하나도 좋은 터에 자리잡은 집을 한채 짓는 것이다. 아마도 그 꿈을 실현하기란 쉽지 않을 거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 집을 짓는 데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 것이 분명하고, 지금의 내 벌이로 그 돈을 충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테니까. 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종이 위에 끄적거려 보고, 머릿 속으로 그 풍경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어려서 부터 존재하던 공상가적인 기질은 나이가 들어서도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상상할 수 있는 자유, 무언가를 꿈꾸어 볼 수 있다는 것은 한편 괴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밋밋한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큰 힘이 되어줄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건축에 관련된 책들을 자주 .. 2012. 8. 2.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오랜 기다림 끝에 이병률의 두번째 여행 산문집이 나왔다. 책을 주문하고도 한참을 기다려서야 손에 쥘 수 있었다. 기다림의 연속 끝에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라는 마음에 드는 제목과, 깔끔하면서도 눈길을 끄는 표지를 가진 책을 만나게 된 셈이다. 그리고 그 오랜 기다림의 허기를 채우고 싶었던 것인지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난해했다. 몇 시간만에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첫 느낌은 딱 이랬다. 물론 시인의 글에는 수많은 비유와 상징, 축약이 들어 있어서 긴 호홉으로 여러 번을 들여다 보아야만 지은이의 속마음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법이긴 하다. 그의 전작 '끌림'을 통해 시인의 언어에서 느껴지는 신선함에 깊이 매료되었던 내게 이번 책은 확실히 '공감' 면에선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특이.. 2012. 7. 15.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 - 문화유산 해설사 따라 사찰 여행 전국의 수많은 절들을 찾아 다녔으면서도 정작 불교 문화와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것 같다. 절은 절하는 곳이라는데 나는 법당에 들어가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가장 낮은 자세로 절 하는 법이 잘 없었던 것이다. 절은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그저 세상과 떨어진 산사의 고요함과 절집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에 만족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부끄러움을 느꼈다. 절에 들어서면서 차례로 지나게 되는 문들이 어떤 의미인지, 수많은 탑과 불상, 그리고 전각들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고, 왜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는 것인지에 대한 자타의 의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없음에 답답했다. 좀더 알게 되면 좀더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또한 좀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한 몫 했다. 대학에서 중국어와 중문.. 2012. 6. 5.
물 전쟁? - 미래에 닥칠 일이 아닌, 바로 현재의 문제! 예로부터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듯 물이야 말로 흔하디 흔한 자원이었다. 그랬던 것이 언제부턴가 물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물론 이 넓은 지구에 지리적, 기후적 영향 때문에 물이 모자랄 수 밖에 없는 곳도 있겠거니, 그저 머나먼 남의 나라 얘기로만 치부했었는데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냐 아니냐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저널리스트이자 자유 기고가인 빌헬름 자거(Wilhelm Sager)는 이라는 책을 통해 물이란 무엇이며, 물을 통해 화려한 문명을 피워 온 인류가 당면한 물 부족 위기를 국제 협력을 통해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총체적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물에 대한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 인종과 지역,.. 2012. 6. 4.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 이덕일 역사서 일반인들에게 있어 우암 송시열이라는 인물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조선왕조실록에 무려 3천번 이상 언급될 정도로 조선 후기 이후 지금까지도 우리 역사상 가장 치열한 논란의 대상이라는 그는 과연 그 수사에 어울릴만큼 극단적인 찬사나 저주를 받았던 적이 있었으며, 또 그를 지금 또다시 재조명해 볼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것이 진보적 역사학자라 일컬어지는 이덕일의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라는 책을 읽고 난 후의 솔직한 느낌이다. 나 역시도 역사에 관심이 많기도 했거니와 올해 초에 읽었던 함성호의 '철학으로 읽는 옛집' 탓에 송시열과 그의 정적 윤증의 옛집을 찾아 직접 여행을 다녀오기도 할만큼 송시열에 대한 관심이 커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랬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됐고 '노론의 300년'에 .. 2012. 5. 31.
범죄의 해부학 - 살인자의 심리를 완벽하게 꿰뚫어 보는 방법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하는 편이 나을까 생각하니 어렵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왜 이렇게 두껍고 어려운데다 비싸기까지 한 책을 샀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책 표지에는 '살인자의 심리를 완벽하게 꿰뚫어 보는 방법' 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긴 하다. 내가 왜 굳이 살인자의 심리를 꿰뚫어 볼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는 하지만 내용 자체는 흥미롭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스톤(Michael Stone) 교수는 컬럼비아 의과대학 임상정신의학 교수이자 미국 최고의 범죄 심리 전문의로 '범죄 심리학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린다고 한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그가 밝혔듯 악의 심리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접근이라는 의미에서 그를 범죄 심리학의 프로이트로 불리는 것이 더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는 악을 이해하기 .. 2012.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