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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韓日戰 야구, 잔치는 끝났다.

by 푸른가람 2007.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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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과의 최종전을 남겨두고 있긴 하지만 베이징올림픽 예선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던 일본과의 경기에서 당한 1점차의 패배라서 더더욱 아쉽다. 동점 혹은 역전의 기회가 여러차례 있었지만 결국 승리의 여신은 일본 편이었다.


위장오더까지 냈는데..

경기를 앞두고 일본의 호시노 감독은 물론 중계를 맡은 MBC마저 헷갈리게 만든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김경문감독의 위장오더였다. 외야 전광판에 나와 있는 라인업과 실제 선발출전 명단이 틀리자 호시노 감독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황당해 했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정확했을까?

뒤집어보자면 그만큼 김경문감독은 일본에 전력상 열세인 점을 인정한 것 같다. 위장오더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냐는 논의는 접어두고서라도 말이다. 국내 프로리그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해프닝에도 불구하고 결국 일본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에이스와 해결사의 부재, 악재가 겹쳤다.

류현진과 박찬호라는 필승카드를 대만전에 쏟아부은 코칭스탭으로선 일본전의 대안이 없었다. 결국 고심끝에 선택한 전병호카드는 1회까지만 효과적이었다. 고영민의 홈런포로 초반 리드라는 호재를 잡았지만 결국 곧이은 2회초 일본의 공격에서 곧바로 역전을 허용한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비록 한기주가 호투하긴 했지만 장원삼, 권혁 등의 좌완 유망주들로는 구대성, 송진우라는 노장들의 빈자리를 채우기는 어려웠다.

공격에서는 더욱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 전날 대만과의 경기에서 낯뜨거운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의 클린업트리오는 오늘도 이른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특히나 1:3으로 뒤지다 이택근의 2루타로 맞은 챤스에서 무기력하게 삼진으로 물러나는 모습은 이승엽이라는 걸출한 스타의 공백을 뼈저리게 절감케 했다. 이대호는 몸을 사리지 않는 파이팅을 보였지만 정작 오늘 경기에서 필요했던 것은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리그 타격왕은 벤치만 지키다 대주자로 출전

시즌 막판까지 양준혁과의 치열한 타격왕 싸움끝에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 자리에 당당히 이름 석자를 올린 이현곤. 그러나 올림픽 대표팀에 그가 낄 자리는 없었다. 고작 대주자로 한차례 그라운드를 밟은 것이 전부다. 삼진이나 무기력한 스윙으로 수많은 기회를 날려먹은 선수들은 꿋꿋하게 스타딩에 그 이름을 올리는데 왜 리그 타격왕은 줄곧 벤치만을 지켜야 했을까?

그를 대신해 결정적 기회에 대타로 등장한 이는 박경완이었다. 그는 허리가 좋지 않아 경기전 타격연습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한일 야구의 실력차, 많이 좁히기는 했지만..

WBC 대회때의 선수진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호시노 저팬은 이번 대회를 위해 1년을 준비해 온 팀이다. 투수진은 물론 해외진출 선수와 몇몇 스타급 선수를 제외한 각팀의 주포들도 모두 타선에 포진해 있었다. 반면 한국팀은 선수단 구성에도 애를 먹었다. 대표팀 단골 이승엽, 구대성도 빠졌고, 한경기를 믿고 맡길만한 에이스도 없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한국은 아시아 최강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물론 동점으로 갈수도 있었고, 역전 챤스도 있었지만 결과는 1점차 패배였다. 겉으로 드러난 전력차보다는 역시 투수들의 볼 로케이션, 타자들의 배트 컨트롤 등 세밀한 부분에서는 양팀의 실력차가 여전하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잘 싸웠지만 좀더 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는다. 후회없는 한판이 되려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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