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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최고의 카투니스트 심승현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파페포포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 파페포포 안단테다. 이 책을 읽은 지도 벌써 이년이 가까와진다. 이 책이 새삼 생각났던 이유는 뭘까? 지금 내 삶에 안단테가 필요해서가 아니었을까. 일이 안풀려 조급해 질 때마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괜히 화가 날 때마다,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을 때도
생의 한복판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말은
조금은 느리게, 안단테, 안단테.....
조금은 느리게, 안단테, 안단테.....
이런 스타일의 책을 좋아한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정을 잘 전달하고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그리고 뭔가 큰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잊고 살아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 주는 책들이 고맙다. 책을 읽으면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부터는 달라져야지 하다가도 이내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때면 다시 이 책을 꺼내서 내 삶에 다시 안단테라는 얘기를 해줘야 겠다.
1971년 심승현이라는 사람이 참 부럽다. 워낙에 손재주가 없는 내게 그의 그림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사람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글들도 닮아가고 싶다. 그의 책 속에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과연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것들일까 궁금해진다. 만약 그렇다면 그의 인생의 길이에 비해 깊이와 넓이는 이미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내게 허락된 삶의 길이는 얼마일까? 오래도록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일 없이 꿈꾸는 일에 절망하거나 실패하는 일 없이 아주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생각을 바꿨다. 내게 허락된 삶은 길이가 아니라 깊이와 넓이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우리 모두 각자의 의미대로 살아가는 것. 누군가에게 인생은 사과일 수도 있고, 바나나일 수도 있고, 파인애플일 수도 있는 것. 인생이란 타인이 내게 준 의미가 아니라 내가 만든 나의 의미로 흔적을 남기는 것.
그래 인생은 오렌지다!
앨범을 보다가 문득 왜 우는 사진은 없는 걸까? 생각해 보았다. 추억은 모두 행복하기만을 바라서 우리는 모두 사진을 찍기 전에 슬퍼도 웃음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함께 만들어 낸 아름다운 추억조차 별로 없을 만큼 미지근한 사랑을 하다가 그녀가 떠난 뒤에야 내가 미워졌다. 마음에 가득한 사랑을 말할 용기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냥 이렇게나마 네 곁에 오래 머물고 싶다는 마음만은 꼭 전하고 싶었는데.
"그거 알아? 추억이 없으면 그리움도 없다는 걸..."
먼저 마음의 문이 열려야 비로소 손을 잡을 수 있는 거야.
PAPE :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동안 아픔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 그 방법을 터득했어요. 사람들과 헤어져도 내 마음이 아프지 않는 방법 말이에요. 그건 아프지 않을 만큼 만 상대를 받아들이면 돼요. 그럼 내 마음도 아프지 않고 쉽게 떠날 수 있어요.
POPO : 당신의 마음 속엔 용기가 필요하군요.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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