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전에 읽었던 책을 무심코 꺼내 읽게 된다. 1년 반의 시간만큼 느낌도 확연히 다르다. '성공과 좌절'은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쓴 회고록이다. 퇴임 이후 고향 봉하마을로 내려간 후 행복한 전직 대통령의 삶을 살던 그는 2009년 5월 23일 어느 평온한 아침 마치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나갔다.
참여정부 5년을 되돌아 볼 때 분명 성공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다. 그 어떤 정권도 완벽한 성공이란 있을 수 없으며, 아무리 못난 지도자라 해도 완벽한 실패라고 혹평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이 책에서 실패와 좌절의 기억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녕 그가 쓰려던 회고록은 이런 글이 아니었겠지만 글쓰기 좋아하고 토론하기 좋아했던 그의 회고록은 결국 다른 사람들의 손에 의해, 그들의 기억을 빌려 빛을 보게 됐으니 이 역시도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다.
노무현 대통령.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현직에 있을 때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대통령이었고, 한편 퇴직해서는 반대로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통령이었다. 우리들은 드디어 불행한 정치사의 고리를 끊고 행복한 전직 대통령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지만 그 희망은 얼마지 않아 처절한 좌절로 귀결됐다.
굳이 그의 공과를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만한 능력도 없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살펴볼 만한 혜안을 지니고 있지도 못하다. 평가는 후세가 할 것이요, 역사가 할 것이므로 그들에게 맡겨 놓으면 된다. 우리는 이 책에서 "시대는 단 한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는 말처럼 파란만장한 굴곡의 인생을 살다간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고 마지막으로 그가 우리에게 얘기해주고 싶었던 것들을 들어주면 족하다.
그는 분명 실패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의 실패가 우리의 실패는 아님도 명확하게 얘기하고 있다. 그의 뼈아픈 실패가 또한 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수 있는,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토양에 영양분이 되는 거름이라도 될 수 있다면 그는 하늘나라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가 진정으로 희망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여러분은 여러분의 갈 길을 가야 한다.
여러분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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