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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후불제 민주주의

by 푸른가람 2011.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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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였다. - 본문 중에서

유시민이라는 사람은 까닭없이 미움을 많이 받는다. 받았다는 과거형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는 말이다. 그에 대한 메이저 언론들의 비난과 조롱은 참여정부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계속됐다. 차라리 그가 대구에서 출마한 총선에서 낙선한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왜 보수 언론들은 유시민을 가만 놔두지 않는 걸까? 물론 그 중에는 유시민 본인이 그 논란을 자초했던 부분도 많았다고 봐야 한다. 기존의 관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좇아 행동하는 것은 기존 정치인들의 행태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고 마땅찮게 보일 수도 있었을테니까.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가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이 되어 의원선서를 하러 국회의사당을 찾았던 2003년 4월의 해프닝을 아직도 기억한다. 면바지와 캐쥬얼 재킷을 입은 유시민의 모습은 잘 차려입은 정장 차림의 여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유독 튀었다. 꼭 저렇게 튀어야만 직성이 풀리나..

신선하다는 호평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평은 부정적이었다.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켰다는 동료 의원들의 호된 비난과 보수 언론의 잔소리가 이어졌음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에야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겠지만 그때만 해도 그의 모습은 정말 파격적이었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때 이후 사사건건 입 바른 소리만 하는 모습이 좋게 보인다기 보단 '삐딱한 사고를 지닌' 사람, 혹은 사상이 불순한 사람으로 비쳐졌다. 정치인 유시민, 혹은 인간 유시민의 진면목을 보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진보정권의 퇴장 이후였다.

정치하지 말라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부탁을 유시민은 지키지 않고 있다. 과연 그의 꿈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리는 그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길을 따라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 사회는 유시민이 얘기했듯 후불제 헌법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을 치르느라 무척 힘들고 고통스럽다.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말이 처음에는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대한민국은 프랑스 시민혁명처럼 피를 흘리지 않고 얻은 민주공화국이었기에 그 이후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4.19와 6월 항쟁 등을 통해 피와 땀을 '후불'해야만 했던 것이다.

유시민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 책은 혼란스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 모두가 꼭 한번쯤 읽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민주주의란 무엇이며, 우리가 꿈꾸는 바람직한 나라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민주주의를 위해 앞으로 우리가 '후불'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얼마나 더 많이 남았을까 가슴 한편이 답답해옴을 느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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