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아름답다'는 제목의 이 산문집은 박완서님의 마지막 에세이다. 최근의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고 있는 제1부 내 생애의 밑줄, 2008년에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서평을 모은 제2부 책들의 오솔길, 김수환 추기경, 박경리 작가, 박수근 화백 등 그가 인연을 맺고 살았던 세 분에 대한 이야기인 제3부 그리움을 위하여로 나누어져 있다.
책머리에서 그녀는 생애의 마지막에서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 행복하다 썼다. 글쓰기는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의 유혹으로부터 그녀를 구했고,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 주었다고 하니 하늘나라로 떠나셨어도 그곳에서 여전히 원고지에 만년필을 끄적이고 계시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이 책에 끌리게 된 건 아마도 제목이 주는 힘이 컸을 것이다. 못 가본 길이 아름다울 지 아닐 지는 모를 일이다. 왜냐면 실제 겪어보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에 대한 불만이 마음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 아닐까 싶다. 가질 수 없는 것, 가볼 수 없는 곳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커지게 마련이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울 지는 모르겠지만 그 길이 더 행복할 지는 모르겠다. 행복이란 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으로는 결코 채울 수가 없는 것이다. 아차피 행복은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에서 찾아야 한다. 더 많이 웃고, 사랑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나는 이 책의 제목을 거꾸로 이해하기로 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가장 아름다운 거라고.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그리움은 꽁꽁 숨겨두었다가 가끔 꺼내어 보는 첫사랑의 사진 한장으로 충분한 거라고. 못 가본 길을 궁금해 하기 보단 지금 걷고 있는 길을 좀더 아름답게 가꾸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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