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 깨어나도 자신없는 게 의사라는 직업이다. 하긴 그럴 실력이 안돼서 엄두도 못내겠지만..개인적으로 되돌아보니 나 역시도 병원생활을 꽤 여러번 한 기억이 난다. 내가 입원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모두 가족들의 병간호를 위해서였다. 특유의 병원 냄새는 지금도 여전히 거북스럽다.
병원생활을 오래 해 본 사람들은 다들 절실히 느낄 거다. 건강이 최고다는 말이 얼마나 뼈저리게 느껴지는 지를 말이다. 특히나 완치의 가망이 없는 병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혹은 죽음을 예정하고 남은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병원은 어쩌면 지옥과도 같은 곳일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런 곳에서 아픈 사람들과 함께 병마와 싸워가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한 의사 선생님의 글이 이처럼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이쁜 제목을 가진 이 책에는 물론 웃음이 묻어나는 이야기 보다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이야기들이 더 많다.
어쩌면 그것이 인생인가 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보다는 슬프고 고달픈 시간도 훨씬 더 많은 게 우리네 삶 아니던가. 그래도 우리가 힘든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이유는 결국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라 아름다운 동행을 해주고 있는 그 누군가가 곁에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질병과 죽음에 빈자와 부자의 구별이 있을까마는 그 치료과정과 소생의 가능성을 놓고 본다면 분명 그 곳에도 차별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또한번 생각하게 된다. 왜 돈없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병은 자주 찾아오는 것인지. 돈 몇푼만 있었더라면 쉽게 완치될 수 있는 병들을 몸속에서 키우고 키워 결국은 생과 사를 넘나들게 만드는 이 잔혹한 사회는 언제쯤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지.
*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을 사서 읽었던 적이 있었다. 박경철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전부터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진짜 박경철은 이 책(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 만날 수 있게 됐다 생각한다. 겉으로 드러난 의사와 경제전문가로서의 화려한 경력이 아닌 인간으로서, 부모로서 그가 살아오며 느꼈을 힘겨움을 공감하면서 그를 존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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