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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벼랑 끝 두산, 홍상삼으로 배수의 진을 치다

by 푸른가람 2010.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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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비 예보가 있는 가운데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사직구장에서 열린다. 현재까지 시리즈 전적은 롯데가 일방적인 우세를 보이며 2승으로 앞서 나가고 있고, 롯데로서는 남은 세 경기 가운데 단 한 게임만 잡아내면 삼성의 플레이오프전 파트너가 될 수 있다. 2년 연속 가을 잔치에 초대되고도 첫 관문을 넘지 못했던 롯데가 드디어 한을 풀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는 양대리그로 치뤄지던 1999년 역시 삼성과 플레이오프 혈전을 치룬 이후 무려 11년만의 일대 사건이다. 당시 롯데는 객관적 전력상 열세라던 예상을 깨고 7차전 혈투 끝에 삼성을 4승 3패로 물리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었다. 당시의 주역이던 주형광, 임수혁, 마해영, 공필성, 호세 등은 모두 현역에 없지만 부산 갈매기들에겐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의 가을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는 모든 것이 롯데에 유리한 상황이다. 내심 부담스러웠던 잠실 원정에서 연거푸 승리의 축배를 들었다. 그것도 불펜진의 열세가 점쳐지던 상황에서 오히려 두산의 가장 믿을만한 마무리 정재훈에게 이틀 연속으로 결정적 홈런을 빼앗아내며 거둔 승리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선수단 분위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3만명의 함성이 메아리친다면 벼랑 끝에 몰린 두산 선수들은 더욱 주눅들 것이 분명하다. 선수들도, 팬들도 롯데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이것이 롯데에 화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롯데 선수들에겐 다소 서운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롯데의 2연승은 롯데가 잘 해서라기 보다는 두산이 워낙 못해서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지금까지 두산이 전혀 두산답지 않은 경기로 힘한번 써보지 못하고 자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3차전 까지도 그 무기력한 플레이가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마음을 비운 두산 선수들이 평소의 플레이를 펼쳐준다면 준PO의 향방은 또다른 방향으로 요동칠 수도 있다.



3차전 선발로 롯데는 이재곤, 두산은 홍상삼이라는 젊은 투수들을 내세웠다. 이재곤은 경남고를 거쳐 2007년 롯데에 입단한 이후 올시즌 야구에 눈을 뜨고 있다. 22경기에 등판해 8승 3패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도 4점대 초반(4.14)으로 준수한 편이다. 이재곤은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특히 두산전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비록 평균자책점은 4.84로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4경기에서 3승을 거둔 경험이 있어 두산 타자들에게는 자신감이 있다. 처음 경험해 보는 큰경기에서 떨지 않고 평소처럼 던져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지만 팀이 2승을 따낸 상황이라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하겠다.

반면 홍상삼으로서는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부담스러운 등판일 수 밖에 없다. 충암고를 거쳐 2008년 두산에 입단한 홍상삼은 지난해 신인으로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비록 아홉수에 걸려 10승 고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9승 6패 3홀드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미래 두산 마운드의 희망으로 일약 떠올랐다.



큰 기대를 안고 시작한 2010년 시즌이었지만 2년생 징크스에 걸렸던 지 성적은 기대보다 실망스러웠다. 30경기에 등판했지만 겨우 4승(3패 1홀드)을 거두는 데 그쳤고 평균자책점은 6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롯데와의 상대전적도 부진하다. 5경기에서 1승 1패를 기록했지만 10점대에 달하는 평균자책점으로는 상대에 전혀 위압감을 줄 수가 없다.

어차피 시즌 기록은 참고만 될 뿐 포스트시즌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이재곤이 페난트레이스 기록은 좀더 낫지만 홍상삼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의 경험이 큰 재산이 될 수 있다. 3차전은 두 선발투수 가운데 누가 좀더 오래 마운드에서 버텨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담감이야 홍상삼이 더 크겠지만 배수의 진을 친 두산이 준PO 3차전을 계기로 시리즈 전체에 극적인 반전을 일으킬 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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