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정리해 본 준플레이오프 4차전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하다

김경문 감독이 작두를 탔다고 얘기할 정도로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 대표적인 것이 3회말 수비에서 양의지를 용덕한으로 교체한 것과 9회초 롯데에서 사이드암 임경완을 투입하자 고영민을 대신해 좌타자 정수빈을 전격 기용해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용덕한은 공격에서도 3안타의 맹타를 터뜨렸고, 투수리드나 수비에서 양의지에 비해 한결 안정감을 주었다.

정수빈의 대타 기용은 더욱 극적이었다. 비록 부진을 겪고 있긴 하지만 고영민 역시 포스트시즌에 특별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베테랑이다. 그런 고영민을 대신해 정수빈을 승부처에서 투입했다는 것은 대단한 승부수가 아닐 수 없다. 감독의 믿음에 정수빈도 볼카운트 0-3에서 자신있는 스윙으로 극적인 3점짜리 결승홈럼을 터뜨리며 화답했다.

1회 불어닥친 찻잔 속의 태풍

두산은 1회초 결정적인 선취득점 챤스를 맞았다. 롯데가 김동주를 고의사구로 걸러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나선 이성열은 초구를 때려 큼지막한 타구를 펜스 너머로 넘겼지만 아슬아슬하게 폴대 밖으로 벗어났다. 하마트면 초반에 승부의 추가 두산 쪽으로 기울법한 장면이었지만 결국 이성열이 삼진으로 벗어나며 기대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에 질세라 롯데도 1회말 공격에서 홍상삼의 난조와 두산 포수 양의지의 야수선택 등에 힘입어 무사만루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되었다. 다음 타자들이 올시즌 리그를 지배했던 이대호와 홍성흔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롯데로선 최소 한, 두점 정도는 너끈히 뽑아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질 만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론은 전혀 딴판이었다. 발목 부상의 후유증으로 3차전부터 심각한 타격 난조에 빠져 있던 이대호의 부진은 이날도 계속됐다. 무사 만루 상황이 점수를 뽑기 어렵다는 야구계의 속설이 맞아 떨어지는 장면이었다. 이대호에게 3구 삼진을 뺏어내며 기세가 오른 홍상삼은 다음타자 홍성흔을 내야 땅볼로 유도해 병살처리하며 산뜻하게 1회말 수비를 넘겼다. 양팀 모두 초반에 큰 폭풍이 휘몰아칠 것 같았지만 실상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다.

포스트시즌 경험부족 드러낸 신인왕 0순위 양의지

두산의 올시즌 수확이라면 양의지라는 좋은 포수를 얻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포수들의 화수분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두산에서는 좋은 포수를 많이 길러낸 것이 사실이다. 페난프레이스에서는 신인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공수에서 훌륭한 성적을 올렸지만 역시 큰 경기에서는 달랐다.

2차전에서는 베이스런닝 미숙이라는 해결과제를 노출시키더니 4차전에서는 초반 수비에서의 미흡한 모습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1회말 수비에서는 상대의 번트 타구에 대한 판단 미숙으로 타자와 주자를 모두 살려주었고, 2회말에서도 투수 폭투때 무리하게 3루 송구를 한 것도 역시 경험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신인의 한계인만큼 선배 용덕한이 보여준 수비를 보고 많이 배워 더욱 성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다운 플레이,  호수비의 향연

4차전은 수비에서만큼은 두산이 두산다운 플레이를 보여준 게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4회말 2사 상황에서 조성환의 타구를 잡아낸 후 글러브 채로 토스한 오재원의 수비는 메이저리그급 수비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빛이 났다. 흡사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배영수의 노히트노런을 막아낸 현대 박진만의 호수비가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3회말 손시헌이 보여준 수비도 훌륭했다. 홍성흔의 타구는 손시헌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야수들이 잡아내기에 가장 까다로운 타구였는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잡아낸 장면은 3게임 연속 실책으로 체면을 구겼던 손시헌이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5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가르시아의 중전안타때 이대호를 홈에서 잡아낸 이종욱의 송구와 용덕한의 블로킹도 두산의 수비가 본궤도에 올라왔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김현수의 타격 부진, 사직구장 팬들의 야유 탓?

3차전에서 2안타를 터뜨리며 타격감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김현수가 다시 부진에 늪에 빠졌다. 4차선에서도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면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롯데팬들의 야유는 계속되었다. 전날 전준우의 타구가 에드벌룬에 맞고 아웃처리된 것이 마치 김현수의 탓인 것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꼭 김현수의 계속되는 부진을 롯데 팬들의 야유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마음 여린 김현수가 영향을 받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천신만고 끝에 2승 2패로 동률을 이룬 두산이 마지막 5차전에서 축배를 들기 위해서는 어쨋든 중심타자 김현수의 부활이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