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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이대호의 실책으로 기사회생한 두산

by 푸른가람 2010.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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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모처럼 폭발한 타선의 힘을 앞세워 경기 막판까지 끈질긴 추격을 펼친 롯데에 6:5의 진땀나는 승리를 거두며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천신만고 끝에 준플레이오프 첫 승을 신고하긴 했지만 경기 내용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참 야구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책이 속출했고 3차전에서도 초반 선취득점 기회를 연거푸 병살타로 날려 버리며 고전을 자초했다.

롯데는 경기 막판까지 총력전을 펼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렸으나 왈론드와 고창성으로 이어지는 두산의 신 필승계투조의 위력적인 투구를 넘지는 못했다. 롯데로서는 반전의 기회를 잡은 두산의 대공세가 두려울 만 하다. 6회말 롯데 전준우의 타구가 에드벌룬에 맞고 떨어진 것이 아웃처리되는 진풍경이 벌어지며 한동안 경기가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4차전 선발로 양팀은 장원준(롯데)과 임태훈(두산)을 각각 예고했다. 두 투수 모두 컨디션이 좋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4차전은 초반부터 화끈한 타격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폭풍처럼 몰아친 두산의 4회초 vs 롯데의 5회말

경기 초반 롯데에 0:2로 끌려가던 두산은 4회초 이종욱의 뜬금없는 홈런포가 터지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불안한 가운데 야수진의 호수비로 근근히 이닝을 이어가던 이재곤이 이때부터 급격하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타자에게 연속으로 사사구를 허용헀지만 무사 만루 위기에서 손시헌을 3루 땅볼로 유도하는가 싶었는데 이대호의 실책이 터져 나왔다.

1차전부터 그 수비 좋다던 이대호가 그리 어렵지 않았던 타구를 놓치는 바람에 졸지에 2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한 이재곤은 이후 이원석의 중전안타와 오재원의 빗맞은 행운의 안타가 이어지며 4회초에만 대거 5득점하며 승부를 순식간에 뒤집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억눌러져 있던 두산다운 공격력이 모처럼 본색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5회초 2사 2루 상황에서 손시헌에게 적시타를 허용, 2:6으로 점수차가 벌어지며 패색이 짙어가던 롯데도 5회말 전준우의 홈런을 신호로 추격전에 나섰다. 이어 1사 1,3루 상황에서 외야플라이때 황재균이 홈으로 쇄도하며 간발의 차로 득점에 성공한 데 이어 두산 유격수 손시헌의 3경기 연속 실책이 이어지며 5:6으로 턱밑까지 따라 붙는데 성공했다. 양팀 모두 홈런 한방으로 폭풍을 예고한 셈이다.


병살타 네개 치고도 승리한 두산

야구계 속설 가운데 한 경기에서 병살타 3개를 치고 이기길 바라지 마라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오늘 두산은 무려 4개의 병살타를 몰아치고도 승리를 거두는 장한 기록을 세웠다. 한 경기 병살타 4개는 포스트시즌 신기록이라고 한다. 4회초의 집중타로 점수를 벌어놓은 덕분에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두산으로선 개운하지 못한 뒷맛을 남겼다.


수비요정 이대호의 결정적 실책과 임재철의 호수비

원래 이대호는 수비가 좋은 선수가 아니었다.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전문가들이 롯데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한 것 중에 하나도 이대호와 황재균, 손아섭의 수비 불안이었다. 하지만 두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딴판이었다. 이대호는 일약 '수비요정'으로 불릴 정도로 핫코너를 든든히 지켜 주며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어려운 타구는 손쉽게 잡아내더니 4회초에서는 평범한 병살타성 타구를 흘리는 바람에 패전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마운드에 서 있던 이재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긴 이 실책 하나 때문에 사실상 3차전 분위기는 두산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큰 경기는 큰 것 한방도 물론 중요하지만 호수비 하나로도 상대의 기를 꺾기에 충분하다.

임재철의 수비가 그럤다. 6:5로 불안한 리드를 지켜가던 두산의 9회 마지막 수비떄 임재철은 가르시아의 안타성 타구를 과감하게 슬라이딩하며 잡아냈다. 롯데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적 호수비였다. 믿을만한 마무리가 없는 두산으로선 출루를 허용했다면 오늘 경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빛이 나는 수비였다.


타격감 되찾아가는 김현수에게 쏟아진 롯데팬들의 야유

김현수는 준플레이오프 들어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져 있다. 3차전에서도 1회 절호의 선취득점 기회에서 병살타를 기록하며 또한번 고개를 숙였지만 이후 두개의 안타를 터뜨리며 타격감 회복 조짐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6회말 전준우의 타구가 에드벌룬에 맞고 떨어진 것이 아웃처리된 이후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관중석에선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김현수가 왜 그런 야유를 받아야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김현수는 그 타구를 잡으러 달려간 것 뿐이고 전준우의 타구가 아웃처리된 것은 순전히 심판진의 판단에 의한 것이지, 김현수가 관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직구장 관중들의 야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후 김현수는 타석에서 무기력하게 물러나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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