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정보가 거의 없는 채로 부인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부인사 근처 도로에 작은 표지판이 있긴 하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모자라 보인다. 이게 들어가는 길이 맞나 헷갈릴 정도로 진입로는 협소했고 그나마도 문화재 관련 조사때문에 상태가 좋지 못하다. 일반인들의 출입이 그리 많지 않은 탓인지 방문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부인사에 당도했을 때의 첫 느낌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천년이 훨씬 넘은 고찰에 어울리는 고풍찬연한 아름다움을 기대하고 왔었는데 보이는 모습들은 지어진 지 얼마되지 않은 새 절 느낌이 강했다. 입구의 삼광루부터 대웅전, 명부전을 비롯해 군데군데 새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부인사 역시 수많은 팔공산 인근의 사찰들과 마찬가지로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이다. 창건자와 창건연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신라 선덕여왕때(647년)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은 규모가 적지만 신라, 고려시대 때는 엄청난 규모였던 것 같다. 무려 39개의 부속암자를 관장하였고, 2천여명의 스님들이 부인사에서 수행했다 한다.
고려 현종부터 목종 때까지 도감을 설치하고 초조대장경을 판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판각은 몽골의 침입으로 대부분 소실되었고 남은 판각들도 현재는 일본의 어느 사찰에 보관되어 있다고 하니 문화재 유출이 심각하기는 심각한 것 같다. 지금 건물은 1930년대초 비구니 스님이 원래의 위치에서 서북쪽으로 400m 떨어져 있는 암자 자리에 중창한 것이다.
몇년 전에 부인사가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도량으로 바뀌면서 많은 불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변화의 속도가 무척 빨라 보인다. 한참 후에 다시 부인사를 찾게 된다면 오늘과 달라진 모습에 또 놀라게 될 지도 모르겠다. 부인사의 문화재로는 대구시 유형문화재인 석등과 쌍탑이 유명하다.
특이하게 쌍탑 형식으로 조성되었던 삼층석탑중 1964년에 서탑만 복원하였으나 1층 지붕돌 등 많은 훼손이 있었고, 최근에 복원된 동탑 역시 원형을 되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서탑 옆에는 지금은 거의 방치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오래된 건물이 보이는데 아마도 예전에 요사채로 쓰이던 건물이 아니었다 추측해 본다. 어찌보면 부인사에 남아 있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되지 않았을까?
부인사를 내려 올 쯤 지리하게 내리던 장맛비가 잦아들고 있었다. 내리는 빗속에 제대로 부인사를 둘러보기는 어려웠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동화사, 파계사, 부인사를 다 돌아봐야 겠다던 당초의 계획은 어쨌든 달성한 셈이라 한편 후련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번 보고 갔으니 다음번에 올 때는 오늘보다 좀더 많은 것을 안고 돌아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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