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고향은 아니지만, 뿌리를 내리고 산 지가 몇해인데 대구를 대표하는 사찰 동화사를 지난해 겨울 겨우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경주처럼 워낙 볼 곳이 많아서 미룬 곳도 아닌데 말이다. 그동안의 무심함을 용서라도 받을 마음으로, 그리고 녹음이 우거진 동화사의 모습도 보기 싶어서 얼마전 다시 동화사를 찾았다.
겨우 두번이지만 묘하게도 동화사만 오게 되면 시간에 쫓기게 된다.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동화사의 구석구석을 제대로 살펴보지는 못한 것 같지만 처음이나 다시 찾았을 때나 그 느낌이 변함없이, 참 좋았던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동화사가 워낙에 크고 유명한 절이고, 과거에 시끄러운 일들로 유명세를 치뤘던 곳이라 처음에는 선입견이 조금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인파가 많은 날을 피해서 간 덕분인지 고요한 산사의 느낌을 지금도 간직할 수 있어서 고맙다.
동화사는 불교 조계종 제9교구의 본사로서 인근 지역에 140개의 말사를 거느리고 있다. 창건과 관련된 기록을 보면 신라 소지왕때 극달화상이 창건하여 유가사라 부르다가 이후 신라 흥덕왕 7년(832년)에 심지대사가 중창할 때 한겨울인데도 오동나무가 상서롭게 꽃을 피웠다 하여 동화사(桐華寺)라 이름을 고쳐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대웅전을 비롯한 영산전, 봉서루, 천태루 등의 당우들은 대부분 조선 영조때 중창한 건물들이며, 이후 1992년에 높이가 30m에 달하는 그 유명한 통일약사여래석조대불의 낙성을 전후해 많은 당우들이 새롭게 지어져 지금은 서른개 정도의 전각들이 동화사 경내에 자리잡고 있다. 위압적이지 않고 팔공산의 넉넉한 품 속에 들어앉아 있는 모습이 자연과 잘 어울어지는 우리 전통 산사의 모습 그대로다.
지난해 겨울에 찾았을 때는 매서운 추위로 꽁꽁 얼어붙었었는데 확실히 여름날의 동화사 모습은 달랐다. 6시가 넘어 도착했을 때는 마침 스님들이 치는 북과 범종소리가 경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소리에 절로 마음에 고요와 평화가 가득차는 듯 했다. 몇해 전 부석사에 당도했을 때에도 북소리에 한동안 넋을 놓고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절에 오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북소리는 나태해지는 마음을 깨우는 소리처럼 들렸고, 종소리는 너무나 그윽하고 깊었다. 마음 아주 깊숙한 곳까지 당도해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소리였다. 도착한 시간이 너무 늦어 사진을 몇장 못찍고 돌아가겠구나 하는 아쉬움에 마음을 졸였던 것은 다 부질없는 걱정이었다. 사진 몇장보다 훨씬 소중한 마음의 평안과 더 큰 감동을 안고 돌아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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