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주막은 세 개의 강이 합류하는 곳에 있는 주막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세 개의 강이란 태백에서 흘러 온 낙동강, 영주에서 내려온 내성천, 문경에서 내려온 금천을 말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에 위치해 있다. 옛사람들도 세 개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이곳을 눈여겨 보아 삼강이란 지명을 붙였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과거 삼강나루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보부상, 사공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이 주막은 1900년 무렵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주막을 운영하던 마지막 주모 유옥련 할머니가 지난 2006년 세상을 떠난 뒤 방치되다가 예천군에서 이듬해에 예산을 들여 옛 모습을 복원했다. 예천군에서는 삼강나루를 복원하고 나룻배를 띄워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진척이 더딘 모습이다.
예전에는 주막 한채만이 있었지만 예천군에서 삼강주막을 복원하면서 주막 주변에 보부상숙소, 사공숙소, 화장실 등 여러채의 건물을 함께 지었다.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음식을 파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도 있다고는 하는데 마을 안쪽에 따로 민박을 할 수 있는 집이 많다고 하니 번잡스러움을 감수하고 이곳에서 숙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삼강주막 뒤에는 수령이 500년이나 되는 큰 회화나무가 있어 정취를 더해준다. 하늘을 향해 팔을 벌려 주막을 보호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금줄이라고 하나? 새끼줄이 보호수로 지정된 회화나무에 둘둘 감겨져 있어 더이상 다가서면 안될 것 같은 경외감을 느끼게도 한다.
바로 옆에는 예전 장정들이 어른으로 대접받으려면 통과의례처럼 들어 올려야 했던 들돌이 있다. 이 돌을 들을 수 있는 정도에 따라 품삯이 달라졌다고 한다. 직접 보면 꽤 묵직하니 무거워 보인다. 다들 구경만 하지 실제로 들어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나도 한번 호기를 부려볼까 하다가 괜히 허리나 다치지 않을까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쉬움이 없는 것는 아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겠지만 삼강주막 뒤의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큰 교량이 참 생뚱맞다. 오래된 삼강주막과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교량에 가려져 세개의 물줄기가 합쳐지는 모습을 확인하기도 어려워졌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느껴보라는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일까. 옛 정취에 푹 잠겨볼 요량으로 찾아왔다면 이런 대목에서 실망할 수 밖에 없다. 주막에 어울리지 않게 왠 플라스틱 술잔이냐며 예천군에 항의했다던 관광객들이 어쩌면 저 다리마저 철거하라고 요구할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또하나 눈에 띄는 것이 위성방송 안테나였다. 아마도 TV 난시청지역일 것이며, 도시처럼 케이블이 깔리기도 힘든 시골에는 위성방송이 유일한 대안이다. 주막에서도 TV는 봐야 할테고, 설치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으니 이런 데 걸어놓을 수 밖에 없다는 건 이해가 가지만 눈에 거슬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삼강주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근처를 지나며 많이 보아오긴 했지만 크게 볼 것이 없겠다는 생각에 선뜻 들어가 볼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저런 아쉬움도 있지만 구석구석 둘러보고, 막걸리에 파전을 시켜 들이키다보니 이곳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이곳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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