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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도산서원에서 봄을 기다리다

by 푸른가람 2010.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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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멀지 않았다. 봄비 치고는 다소 양이 많긴 했지만 이 비로 봄이 더욱 앞당겨진 느낌이다. 메마른 가지 끝에도 물기가 촉촉하다. 섭씨 20도를 넘나들던 기온이 제 자리를 찾은 듯 하다. 산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서야 만나는 이곳 도산서원도 역시 공기 하나는 언제나 맑고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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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있어 안동으로 떠난 이날은 마침 전국민의 관심사인 밴쿠버 동계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 열리는 날이었다. 첫번째 목적이였던 임하댐에 들렀다 조금 이른 점심식사를 마치고 도산서원을 향해 출발한 시각이 12시 40분. 1시 20분을 넘겨 시작한 김연아의 경기를 버스에서 숨죽여가며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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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어느새 산길로 접어들며 화면은 이내 끊겨 버렸고 그리 길지않은 산길이 왜 그리 길게 느껴지던지. 주차장에 이르러서야 화면이 잡혔다. 때마침 경기를 마친 김연아의 스코어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다들 도산서원을 찾은 목적 조차 잊은채 십분여를 그렇게 버스속 TV화면만 쳐다보며 있었던 것 같다.(사진은 도산서원에서 대구로 내려가던 때 기념삼아 찍었던 것이다. 이때는 2시 59분으로 이미 시상식까지 마친 시각이다) 다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 김연아로 얘기꽃을 피우며 도산서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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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겨울의 끝자락. 주변은 온통 무채색이다. 봄을 느끼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다. 한달 정도만 있으면 이곳에도 파릇파릇한 푸른 기운이 물씬 풍겨 나올 것이다. 문화 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을 뒤로 하고 나는 사진찍기에 몰두한다. 대여섯번을 왔던 도산서원이건만 늘 새로운 것을 찾아보려는 욕심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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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에도 불구하고 늘상 결과물은 비슷하다. 눈에 띄는 건 크게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좀더 디테일한 부분부분을 살펴보자 노력하지만 아직은 보는 눈이 뜨이질 않는다. 찍어 놓은 사진들을 보면 몇년 전 사진이나 며칠 전에 찍은 사진이나 거의 비슷한 구도인 것이 많다는 사실에 또한번 좌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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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사의 설명을 유심히 듣지 않고 카메라 들고 따로 돌아다니긴 했지만 두가지 좋은 정보를 얻은 것은 큰 소득이다. 천원짜리 지폐에 나와 있는 도산서원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을 알아냈다는 것이 그 하나요, 도산서원에서 가장 지기(地氣, 땅의 기운)가 좋은 곳이 어디인 지도 알게 되었다는 것이 그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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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 방문 때는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져 본다. 워낙에 유명한 곳이다보니 평일인데도 도산서원을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어딜 가나 발견하게 되는 낮술에 거하게 취해 추태를 부리는 사람들이다. 즐기는 것은 관광버스 안에서만 했으면 좋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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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이 살펴보자면 몇시간도 부족하겠지만 이번에도 일정에 쫓겨 한시간만에 돌아 나온다. 이번엔 수십명의 일행이 있으니 나 혼자만 뒤쳐질 수 없는 노릇이다. 확실히 흐린 날 사진찍기는 쉽지 않다. 내공이 뛰어난 사람들은 오히려 악조건에서 더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고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분들 얘기인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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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내린 비때문이었을까? 건너편 시사단을 끼고 흐르는 물길 소리가 드세다. 이 물길은 안동호의 품에서 한참을 머물다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또 몇날 몇일을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 결국 바다를 만나게 될 것이다. 강물의 끝은 바다일진대 우리 삶의 끝은 어디일까 하는 또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일행의 뒤를 뒤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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