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에서 경기전을 거쳐 전동성당에 이르렀다면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 바로 풍남문이다. 전동성당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만큼 지척인 전주시 완산구 전동 2가에 위치해 있다. 풍남문은 조선시대 관찰사가 머물던 전주읍성의 남쪽 문이다. 예전에 전주 고을을 둘러싸던 성곽과 성문을 다 허물어져 내리고 지금은 남쪽 문이던 풍남문만 남아 있다.
풍남문은 원래 정유재란 중이던 선조 30년(1597)에 파괴되었던 것을 영조 10년(1734)에 성곽과 성문을 다시 지어 명견루라 불렀었다. 이후 영조 43년(1767)에 불타 허물어진 것을 관찰사 홍낙인이 다음해인 영조 44년에 다시 지으면서 풍남문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 성문을 자세히 보면 1층 건물 너비에 비해 2층 너비가 갑자기 좁아 보인다. 이것은 1층 안쪽에 있는 기둥을 그대로 2층까지 올려 모서리 기둥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이라 한다. 이 같은 건축기법은 국내 성곽 건축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형태로 조선후기 건축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풍남문은 1963년 1월에 보물 제308호로 지정받아 관리되고 있는데 풍남문을 중심으로 로터리가 형성되어 있고 그 주변에 상가가 밀집되어 있어 조금은 어수선한 모습이다. 밑에서는 제대로된 사진을 찍기가 어려울 것 같아 계단을 따라 건물 옥상에 올라가니 한결 시원스런 풍경이 펼쳐졌다.
아직 한겨울이라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상태였지만 나뭇가지들이 풍남문의 조망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무를 베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전주시에서 풍남문을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주변 일대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하니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곳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예전에는 전주 읍성에 동,서,남,북으로 네개의 문이 있었는데 모두 사라져 지금은 그저 옛 모습을 미루어 짐작할 수 밖에 없다. 순종때는 도시정비를 한다는 명목으로 그나마 남아있던 성곽과 성문까지 모두 허물었다고 하니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참으로 아쉬운 노릇이다. 사람도, 사물도 우리 곁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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