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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낙동강 천삼백리 예서부터 시작되다, 태백 황지

by 푸른가람 2010.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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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아마 열에 아홉은 '황지연못'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릴적 교과서에서 그리 배워왔을 뿐만 아니라 그게 일종의 상식처럼 굳어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낙동강의 발원지를 두고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기존 상식에 의문을 품고 실측에 나선 전문가들도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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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낙동강이란 사이트 자료를 보면 1:25,000 지형도를 두고 강줄기를 따라 곡선자로 분석한 결과 천의봉이 낙동강 하구에서 가장 멀게 나타났다고 한다. 지형도상에서 나타난 지역을 현지답사해 보니 천의봉 인근의 너덜지역에서 천연샘이 용출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 샘을 '너덜샘'이라 명명하고 낙동강의 발원지란 푯말을 세웠다고 한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황지는 낙동강의 발원지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동국여지승람 등의 문헌상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태백시 문화원에서도 황지를 낙동강 발원지라고 주장하며 기념시설물을 설치해 놓았다. 이곳도 최근 불거지고 있는 여러 '원조' 논란처럼 결론없는 싸움이 계속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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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 발원지가 어딘지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낙동강과 관련된 물줄기를 다 합치면 무려 1,634개나 된다고 한다. 그 물줄기의 길고 짧음보다는 그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 낙동강이라는 거대한 영남의 젖줄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더 의미있는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황지'에게도 낙동강의 발원지라는 이름표를 계속 붙여주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를 처음 방문하면서 놀란 게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었다. 앞서 말한 너덜샘도 그렇지만 대개 발원지라 하면 깊숙 산 속 작은 옹달샘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황지는 상지, 중지, 하지 등 세개의 못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규모도 상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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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레가 100미터에 이르고 가장 깊은 곳이 수심은 4m에 달한다고 한다. 하류 용출되는 양이 5천톤에 달해 몇해전 태백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하루에도 수십대의 급수차량이 펌프로 물을 퍼올려도 수심이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 태백시 문화해설사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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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유는 황지가 위치해 있는 곳이 태백시의 번화가라는 곳이다. 앞서 말한 깊은 산속 옹달샘을 생각했던 나로서는 "태백시에서 땅값이 제일 비싼 곳"이라는 태백시 공무원의 설명이 낯설게 들렸다. 원래는 시내에 떨어져 있던 곳이었지만 태백시가 확장되면서 이곳이 태백시의 중심부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한때는 태백이 석탄도시로 황금기를 누리던 시절도 분명 있었으니까 충분히 상상이 가는 대목이다.

황지와 관련된 자료를 검색해다 태백 황지연못이 생태공원이 된다는 지역신문의 기사를 발견했다. 지난해 11월 18일자 강원도민일보 기사에서는 태백시가 황지 일대 6,809㎡에 대한 확장 및 정비공사에 대한 실시설계용역을 마치고 '10년부터 공사에 들어간다고 언급되어 있다. 앞으로 이곳에는 야외무대, 분수, 휴게시설 등의 편의시설과 야생화 공원도 조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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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가 낙동강 천삼백리 물길의 발원지에 어울리는 친환경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한다는 데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태백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활용될 것이며, 태백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정돈되고 깔끔한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지금도 황지가 발원지답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데, 앞으로 공원으로 바뀌고 나면 인공적인 색채가 더욱 강해지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든다. 그래도 뭐가 대수일까. 황지의 샘물은 변함없이 솟아오를 것이며, 낙동강도 쉼없이 흘러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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