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성당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게 된 건 순전히 영화 한편의 힘일 것이다. 물론 그 전에도 이곳은 지역주민들에겐 충분히 자랑스러운 곳이었음에는 틀림없겠지만. 편지라는 영화였던가? 조폭 두목 박신양과 가녀린 여의사 전도연이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던 배경이 바로 이곳 전동성당이었다.
일반인들에겐 그저 영화촬영지로 알려진 곳이지만 알고보니 이곳은 아픔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한국 교회 최초의 선교자로 알려진 윤지충을 비롯한 호남지역의 많은 천주교 신자가 참수당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나니 쉬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마음이 한결 경건해지는 기분이다.
일제강점기인 1908년에 공사가 착공되어 1914년에 외관 공사가, 1931년에 비로소 성당이 완공되었다 한다. 당연히 전주시에 있는 성당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물이고, 호남지역에 최초로 세워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이다. 1981년 2월 25일에 사적 제288호로 지정되었다. 전주시 완산구 전동1가의 풍남문 바깥쪽에 위치해 있다.
근처에 풍남문을 비롯해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 등이 함께 있어 걸어다니며 구경하기에 참 좋다. 사실 전주로 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동성당 보다는 한옥마을이나 경기전에 대한 기대가 더 컸었다. 그런데 실제 이곳을 가보고는 뭔지 알 수 없는 매력에 이끌려 성당 문을 열고 내부에까지 들어가 보게 되었다.
절이든, 교회든, 성당이든 그냥 멀찍이 밖에서 구경만 하고 돌아가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곳은 좀 달랐던 것 같다. 이 나이 먹을 때까지도 성당 안을 들어가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아 오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마음으로 느껴지는 건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너무 유명해져서일까? 나만의 느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종교 자체의 경건함 보다는 관광지와 같은 가벼움이 느껴져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사소한 아쉬움과는 별도로 전동성당의 건축적인 아름다움 자체만으로도 이곳을 찾은 보람이 있었다. 한국적인 전통미의 경기전에서 바라보는 서양식 전통을 지닌 전동성당.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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