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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랫말처럼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을 담아보고 싶었다. 불영사를 향해 차를 달리는 도중 파랗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마가 끼었나? 늘 생각만 하다 모처럼 카메라 챙겨들고 나서려니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다. 도와주지 않는 하늘이 야속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노릇이었다.
불영사의 매력은 역시 일주문을 지나 절에 이르는 호젓한 산길이 아닐까 한다. 산길이라고는 해도 경사가 가파른 것도 아니요, 누구나 쉬 10여분을 걷노라면 불영사 앞마당에 다다를 수 있다. 그냥 산길도 아니다. 바로 옆을 흐르는 시원한 계곡물이 한여름의 무더운 공기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매번 불영사를 찾아도 질리지 않는 것이 다 이것 때문인 것 같다. 늘 똑같은 모습인 듯 하면서도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늘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구도로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 순간은 늘 처음 대하는 모습마냥 마음이 흡족하다. 물론 그 어느 때에도 결과물에 만족한 적은 다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이때가 8월말이었으니 울진에서 근무한 지 반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그때는 대구를 떠나 객지에서 생활하는 것에 가끔씩 불만을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 처해 있는 현실에 만족하고, 또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현명한 인생살이인 것 같다. 되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무리 힘들었던 시간도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법이다. 이제는 사진으로만 기억할 수 있는 그때 그시절을 잠시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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