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스님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이번 책의 제목은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다. 2012년 2월 무렵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고 큰 마음의 감동을 얻었던 것이 벌써 4년 여 전이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속절없이 흐른 세월과, 그 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 추억의 무게를 또 한번 실감하게 된다.
따뜻하고 편안하다. 스님의 전작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느낌 그대로다. 세상살이에 지치고, 수많은 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그의 글은 따스한 위안이다. 다 괜찮다며 등 토닥여주는 정다운 친구처럼, 힘들 때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엄마의 품처럼 혜민 스님은 모든 이들을 품어 안아준다.
요즘 참 힘든 세상이다. 수십 년전과 비교하면 먹고 사는 것은 훨씬 나아졌는데, 우리는 왜 항상 입버릇처럼 힘들다고 되뇌여야 하는 것인가. 경제지표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까지 올라왔는데 서민들의 삶은 하루가 멀다하고 더 퍽퍽해지는 것인지, 묘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책들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지 오래다. 치유가 이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온전한 치유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루가 멀다하고 극악무도한 범죄가 도를 더 해간다. 특정한 대상도, 목적도 없는 '묻지마 범죄'가 세상을 더욱 흉흉하게 만들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찾기가 어렵다.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혜민 스님은 여전히 사랑을 이야기한다. 머릿말을 통해 사랑은 이해를 초월한다며 다시금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찬 세상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 해도 그들에 대한 사랑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불합리하고 불완전한 것들 투성이라고 해도 나 혼자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와 너가 모여 우리로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서 머리로 하는 '이해'가 아닌, 가슴으로 하는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요즘이다. 혹여 고립무원의 삶을 살아간다 해도, 내 안의 불완전한 것들에 대한 사랑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 책은 여덟 가지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자애, 관계, 공감, 용기, 가족, 치유, 본성, 수용 편에 담겨진 이야기들 모두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내게는 너무 착하게만 살지 말라는 스님의 가르침이 가슴에 와 닿았다. "다른 사람보다 본인에게 먼저 착한 사람이 되세요!" 착하기만 한 성격 탓에 스트레스가 많았던 스님에게 누군가 해 준 조언처럼 우리 스스로를 소중한 존재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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