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갈수록 열망은 더욱 커진다. 시간이 갈수록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진다는 것을 절감하면서도 말이다. 온전히 내가 디자인한 나만의 집 짓기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머릿 속에서 지었다 허물고를 벌써 몇년째 반복하고 있는 지 모른다. 지칠 법도 하지만 꿈만은 사그라들지 않으니 진정 내가 원하고 이루고 싶은 것인가 보다.
왜, 언제 집을 짓는 것에 대해 관심이 생겼는 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공상하기를 좋아했던 내게 다시 유년기의 몹쓸 취미가 찾아온 것은 어쩌면 숙명일 지도 모를 일이다. 나이 먹을수록 모든 것이 시들해지기 마련인데, 그래도 열정이 식지 않는 무언가가 남아 있다는 것에 가끔은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다. 요즘은 말이다.
집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건축과 관련된 책으로 이어지게 된다. 애시당초 건축에 문외한이었던 내가 건축학 전문서적을 어렵게 읽어본다 한들 하루 아침에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고수들의 집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어가면서 좋은 집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
일본의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지은 <집을 생각한다>라는 책 또한 마찬가지다. 이 책의 주제는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좋은 집이란 개념은 다소 피상적이다. 다분히 주관적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남에게 자랑할 수 있는 큰 저택이 좋은 집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좁은 공간에 모든 것을 압축해 놓은 원룸과 같은 공간이 좋은 집일 수 있다.
좋은 집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좋은 집이 갖추어야 할 열두 가지 필요충분 조건을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다.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려야 하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어야 하며 재미와 여유가 있어야 한다. 적당한 격식과 효과적인 장식이 있으면 좋겠고,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의 생각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큰 맥락에서는 나 역시 동의한다. 저 혼자 도드라지지 않고 주변의 풍경 속으로 녹아 들어갈 수 있고, 지나치게 넓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며, 그 안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편안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며 부러운 것이 또 하나 생겼다. 물론, 이미 좋은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몹시 부럽지만, 그보다는 머릿 속에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정확히 표현해 낼 수 있는 능력자들이 부러워졌다. 그저 늘 상상만 하고 머리로만 그림을 그려야 하는 나로서는 지금 가지지 못한 것을 마냥 샘내기 보다는 혹여 내가 가지고 있는 그 무언가를 좀더 발전적으로 성장시켜 나가야만 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만드는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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