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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나를 치유하는 여행 - 여행작가 이호준의 여행에세이

by 푸른가람 2016.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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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여러 미덕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치유'가 아닐까.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 속으로 꽁꽁 싸매두었던 상처가 덧나고, 스트레스로 점철된 일상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때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 보는 것도 좋겠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게 되면, 그 치열한 현실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았던 길들이 보이는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은 치유의 길이기도 하다. 무엇을 굳이 고치려, 다듬으려 들지 않아도 좋다. 그저 한적한 길을 홀로 걸으며, 마주 오는 바람에 내 몸을 온전히 맡기노라면 구석구석의 생채기들이 마치 연고를 바른 듯 아물기도 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여행작가이자 시인, 이호준 작가가 새롭게 펴낸 책, <나를 치유하는 여행>에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치유가 될 듯한 이 땅의 보물 창고같은 여행지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름난 여행지들도 많지만, 조용히 나를 내려 놓고 '진짜의 나'를 만날 수 있는 고요와 평온의 여행지들이 대부분이다.

 

 

 

몇해 전부터 부지런하게 발품을 팔고 다닌 덕분에 대부분은 이미 내가 다녀온 곳들이다. 같은 곳이지만 다른 사람의 글과 사진을 통해 바라보고 음미하는 맛이 색다르다. 여행작가로 잔뼈가 굵은 작가의 글에서 오랜 연륜과 삶의 지혜가 오롯이 느껴진다. 그는 여행작가로서의 삶을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에게 여행은 선택이 아닌 운명이었기 때문에.

 

감히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 역시도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행이란 가고 싶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떠날 수 밖에 떠나게 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여행은 습관이기도 하거니와, 한편으론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거창하게 떠벌리고 싶어질 때도 있다.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쌓일수록 그 숙명의 늪은 점점 더 헤어나오기 어려워 지는 모양이다.

 

"여행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스스로 익명이 되어 익명의 세상으로 나를 던져 넣는 행위다. 허세로 꾸며진 포장을 벗어던지고, 발가벗은 나와 만나는 순간"이라고 여행작가 이호준은 여행을 정의한다. 굳이 여행에 대한 그럴듯한 정의를 내릴 필요는 없다. 각자에게 여행은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이며, 그 효용 또한 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여행의 끝에서 만나는 풍경은 제각각이겠지만, 사막처럼 삭막했던 우리의 마음에 파릇파릇한 이파리들이 돋아나는 경험을 해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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