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철학자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물론 세계적으로 저명한 철학자들이야 있겠지만 특정 대상에게 조사를 한 것도 아닐텐데 <좋아하는 철학자 있으세요?>란 책에 소개되어 있는 67명의 철학자를 선정한 구체적인 기준이 있는 지 궁금하다. 독자들이 책을 펴고 나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호기심의 연속이고 궁금함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는 기원 전 시대를 살았던 탈레스부터 아직까지 현역에서 뛰고 있느 뤽 페리에 이르가까지 예순 일곱 명의 철학자들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철학자 한명이 차지하고 있는 분량이 겨우 네 페이지에 불과하다. 철학자의 깊은 인식을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함이 분명하다. 비록 대학에서 철학은 전공했다고는 하지만 희곡 작가 겸 감독인 지은이의 직업 역시 독자들에게 의문을 안겨준다.
사실 이 책은 독자층이 뚜렷한 책이다. 딱히 좋아하는 철학자가 없더라도 이제 막 인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거나, 철학에 관심은 있는데 막막했던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얘기다. 뭔가 깊이 있는 철학자의 내면까지 들여다 볼 깜냥이 되지는 않지만, 넓고도 깊은 인문학의 범주에서 얕은 지식이라도 얻어 볼 심산이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적당할 것 같다.
깊이 있는 배움은 되지 못하겠지만 출간 의도에 적합하게 이 책을 읽는다면 꽤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두꺼운 철학책 몇권을 읽는다해도 제대로 그 철학자에 대해 알기 힘들 수도 있으니 철학자의 핵심적인 주장이 담긴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큰 울림을 안겨줄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서문에 나와 있듯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철학자들 어느 누구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짧은 분량 속에 알맹이만 모아 놓다 보니 그 문장의 깊이와 무게가 상당하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읽기에는 사실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철학자들의 깊은 성찰이 빚어낸 주옥같은 문장이기에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글들이고, 이해해보려 애써 볼만한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고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어보려 한다. 공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글을 찾아 마음이 번잡해질 때면 철학자들과 가벼운 산책을 떠나듯 그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한다. 좀더 알고 싶어지는 철학자가 한 명이라고 생긴다면, 그래서 좋아하는 철학자 한 명쯤 마음에 품을 수 있다면 삶이 아주 조금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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