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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철학자의 사물들 - 사물을 꿰뚫어보는 철학의 눈

by 푸른가람 2015.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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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깊이 있는 통찰을 감히 읽어낼 수 있을까. 시인이자 비평가 장석주가 펴낸 철학에세이 <철학자의 사물들>을 읽고 나서 문득 느끼게 되는 회의감이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서른 개의 사물을 장석주 특유의 철학적 통찰력과 문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내고 있다.

 

장석주, 그는 1년에 무려 1000여권을 책을 구입하고 시간날 때마다 그 책을 읽는 것을 일상의 낙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독서광적이라 할만큼 놀라운 그의 독서량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이처럼 깊이 있고, 폭넓은 사유를 통한 사물의 통찰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나같은 이들로선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엄청난 내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해서 이 책은 한편 사람을 질리게 하기도 한다. 닳아 뭉툭해지다가 나중에는 소실점 너머로 사라지는 비누를 통해 사물들의 끝과 소멸에 대해 생각해 본다거나, 우산은 가난한 존재들이 숨을 수 있는 무릉도원과 깨지지 않는 우정에 대한 일종의 은유라거나 하는 표현들에서 나는 감히 범점하기 힘든 지식과 통찰의 벽을 절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는 이 책이 늘 정신없이 바쁜 현대적 일상에 의해 망각되어 있던 사물의 고유한 신비와 매력, 본질과 육체를 비로소 드러낸다고 소개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체화되지 않았던 어떤 철학적 사유의 빛나는 순간들이 아주 구체적인 실감과 현실 속에서 생생하게 솟아오르며 의미화되는 장면을 체험할 수 있었노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는 분명 놀라운 능력이며 재능이다. 보통 사람들이 허투루 보아 넘기는, 흔하디 흔한 사물들이기에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본연의 의미를 재해석함으로써 독자들의 관념의 세계를 확장시켜 주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이 결코 녹록치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도 능히 짐작이 가능한 일이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서른 가지의 사물 중에서 책에 유독 관심이 간다. 엄청난 독서광으로 알려진 지은이 장석주엔 결코 미치지 못하겠지만 나 역시 책에 대한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처럼 조숙하거나 영악하진 못해 일찍이 책이 삶의 시간들을 겹으로 살게 하고, 삶의 시간을 연장한다는 사실을 깨닫지는 못했지만 많은 책들을 서가로 가득 채우고, 나이가 들어 곁에 아무도 없을 때 서가의 책들을 느릿느릿 읽어나가는 상상만으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것이 비단 그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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