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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 우리 시대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인문 지식

by 푸른가람 2015.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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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인문학의 위기라고들 한다. 좁디좁은 취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무한 경쟁으로 내몰린 이 시대에서 인문학을 얘기하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슬픈 현실이다.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에서도 취업이 잘되지 않는 학과들은 이미 설 자리를 잃고 통폐합되는 운명을 맞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이유로 인문학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 출판계에서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는 책들을 살펴보면 인문학을 다루고 있는 것들이 가끔 눈에 띄곤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인문학이 인문학 자체로 주목받거나 깊이 있게 논의되는 책들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대부분 취직시험에 도움을 주는 목적이거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상식 수준에서의 최소한의 지식을 정리한 데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이런 종류의 인문학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회 전반의 '인문학적 위기'를 고소란히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이라는 책도 이런 범주를 벗어나진 못하는 듯 하다. 인문학이야말로 크리에이터의 첫 번째 스펙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이 책에는 우리 시대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인문 지식이 담겨 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있다. 물론 지은이 주현성이 앞서 얘기했던 그런 얄팍한 목적을로 이 책을 펴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역시 이 시대의 트렌드를 외면하긴 어려웠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이 책에는 인문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심리학, 회화, 신화, 역사, 철학은 물론 지식인이라면 응당 관심을 가져야 할 글로벌 이슈에 걸쳐 다양한 내용들을 담겨져 있다. 저자 주현성은 책의 머리말에서 인문학 자체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라며, 조금이라도 심도 있는 인문 지식을 펼쳐볼라치면 꽤 다양한 기초 상식이 있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도 그는 깊이 있는 각 분야의 인문학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입문서를 쓸 요량으로 이 책을 펴낸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입문서들은 매우 산발적이거나, 한 분야에 치우쳐 있어 독자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었음을 지적했다. 깊이 있는 인문서를 이해할 정도의 체계적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지은이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펼쳐지는 흥미로운 지식의 향연을 맘껏 즐길 수도 없었고, 이 책을 한번 읽는 것만으로 방대한 인문학의 기초 지식을 섭렵하기도 어려웠다. 아무리 잘 정리된 입문서라도 한들 애시당초 불가능한 욕심일 수도 있겠다. 한권의 책으로 인문의 기초 여섯 분야를 꿰뚫어보려는 욕심보다는, 느린 걸음이라도 한 분야라도 제대로 느끼고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인문학을 배우는 마땅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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