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거인 본색' 되찾은 롯데, SK의 '가을야구 DNA' 넘어서나?

by 푸른가람 2012. 10. 19.
728x90

SK와 롯데가 1승 1패로 균형을 이룬 채 양팀의 운명을 가를 플레이오프 3차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7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졌던 2차전에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며 1차전 승리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SK로서는 사직 원정 2연전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내심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를 마무리하겠다는 욕심을 냈던 이만수 감독으로서도 향후 시리즈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반면, 가을 잔치에만 나서면 작아졌던 롯데는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비로소 '거인' 본색을 되찾아가고 있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번의 역전승을 거두며 자신감이 생긴 롯데 선수들은 SK의 '가을야구 DNA'마저 넘어설 태세다. 1차전 한점차 석패의 아픔을 딛고 SK 막강 불펜 박희수 - 정우람을 연거푸 침몰시키며 또한번의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양팀은 3차전 선발로 송은범(SK)과 고원준(롯데)를 내세워 총력전에 나선다. 덕아웃 분위기는 롯데가 우위에 있지만 사직구장에서 포스트시즌 승률이 유독 낮은 것이 부담스럽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해 남은 승수는 양팀 모두 '2승'. 남은 세경기에서 지켜볼 관전포인트를 체크해 본다.


▲ 가을에 작아졌던 롯데, '거인 본색'을 되찾다.

지난 2008년 롯데는 로이스터 매직으로 '8-8-8-8-5-7-7'의 가을야구 잔혹사를 극복했지만 영광스런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기에는 구도 부산 야구팬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 사직구장은 연일 부산 갈매기들의 뜨거운 함성과 몸짓으로 뜨겁게 달아 올랐지만 롯데 선수들은 갈수록 움츠러 들었다.

시원스럽던 타자들의 스윙은 정교한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에 말려들며 헛돌았고, 야수들은 어이없는 실책을 남발하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처음 한 두해는 큰 경기 경험이 적은 탓이라 자위했지만 계속되는 졸전에 팬들의 기대는 어느새 절망으로 변했고, 반갑지 않은 가을야구 징크스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였다.

잠실 원정에서 먼저 2승을 챙기고도 지난 11일 안방에서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내주자 또다시 올해도 안되나 하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지난 2000년 두산에 2승 후 3연패 당했던 아픈 기억이 떠오를법한 순간, 롯데는 스스로의 힘으로 악몽에서 벗어났다. 8회 석점차의 열세를 믿고 연장 승부끝에 극적인 4차전 역전승을 쟁취한 롯데는 더이상 예전의 롯데가 아니다.


▲ 무너진 막강 불펜, 남은 경기의 변수

당초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선발 마운드에서 우위를 보인 두산에 롯데보다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김성배 - 최대성 - 김사율 - 정대현으로 이어지는 롯데의 막강 불펜진이 두산 타선의 예봉을 꺾으며 마운드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했고, 두산 불펜의 핵 홍상삼은 연일 홈런포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렇듯 한층 강해진 롯데 불펜이라고 해도 다음 상대는 SK였다. 시즌 최다 홀드 기록을 경신한 박희수(6세이브 34홀드)에 마무리 정우람(30세이브)을 앞세운 SK 불펜은 롯데보다 한수위로 평가된 것이 사실. 그리고 그들은 플레이오프 1차전 무실점 호투로 세간의 평가를 입증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 SK는 이만수 감독의 다소 성급한 선수 교체로 다 잡았던 경기를 놓쳤다. 결과적으로 싱겁게 끝날 것 같던 플레이오프 승부가 한층 더 뜨거워지게 됐지만 양팀 불펜 사정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롯데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여겨졌던 정대현이 조인성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무너졌고, SK의 박희수와 정우람 역시 불안감을 드러내며 체면을 구겼다.

단기적 부진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경기가 거듭될수록 불펜진의 부하는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불펜의 힘으로 버텨왔던 양팀 벤치가 남은 시리즈에서 또다른 전략을 준비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최근 들어 한국 야구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불펜 야구'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 느긋한 삼성, '표정 관리 중'

플레이오프 2차전이 롯데의 승리로 돌아가면서 삼성만 좋아지게 됐다. 1승 1패로 양팀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고 해도 4, 5차전 혈투를 치르고 힘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는 삼성으로선 2년 연속 한국시리즈 패권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경기 내용과는 별도로 흥행에서는 대박을 치고 있는 플레이오프에 비해 한국시리즈 승부가 싱겁게 끝날 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해 SK는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최종 5차전까지 가는 총력전을 펼친 끝에 3승 2패로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삼성에 1승 4패로 무너지며 힘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3096 )에 게재 되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