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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무더기 실책에 빛바랜 가을 잔치 - 두산 vs 롯데 준PO 1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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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잔치 '5수'에 나선 롯데 자이언츠가 연장 승부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먼저 웃었다.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롯데는 연장 10회 터진 황재균의 결승타에 힘입어 두산에 8-5 승리를 거뒀다. 롯데는 7회까지 두산에 3-5, 2점차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지만 8회 1사 1루에서 대타로 나온 박준서가 극적인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롯데 선발 송승준은 4회까지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야수들의 잇단 실책으로 끝내 승리투수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9회 위기를 잘 막아낸 김사율이 승리투수가 됐고, 정대현은 10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롯데 이적 후 맞이한 첫 포스트시즌에서 뜻깊은 세이브를 기록했다.


▲ 실책에 웃고, 실책에 울었다.

이긴 팀이나 진 팀이나 고개를 들기 힘들 정도의 졸전이었다. 양팀 합산 5개(롯데 4, 두산 1)의 실책이 연거푸 이어지며 가을 잔치에 어울리지 않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최고 수준의 멋진 경기를 기대하며 야구장을 찾았던 팬들이나 TV중계로 경기를 지켜본 양팀 팬들 모두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긴 게임이었다.

4회 박종윤의 실책을 신호탄으로 롯데 내야진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박종윤의 가세로 내야 수비가 한층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했던 양승호 감독에게 곧이은 롯데의 5회말 수비는 차라리 악몽이었다. 베테랑 2루수 조성환이 연달아 2개의 실책을 범했고, 야수들의 실책에 흔들린 선발 송승준까지 보크와 1루 견제 실책을 저지르며 4⅔이닝 4실점(비자책)으로 승리 일보 직전에서 무너졌다.

롯데의 실책 퍼레이드에 웃던 두산은 경기 막판에 터진 실책에 울어야 했다. 황재균의 적시 2루타로 6-5로 승기를 잡은 롯데의 곧이은 스퀴즈 번트 타구를 처리하려던 투수 김강률과 1루수 오재일이 충돌하는 바람에 송구가 외야까지 굴러갔고 결국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점수로 연결되고 말았다.


▲ 끝내기 챤스에서 병살타, 김현수의 악몽은 계속됐다.

김현수에겐 원치 않는 데자뷰였다. 5-5로 팽팽히 맞서던 9회말 두산은 김재호의 안타와 오재원의 볼넷으로 1사 1, 2루 끝내기 챤스를 맞았고 타석에는 김현수가 등장했다. 루상에 나가있는 주자들이 모두 발 빠른 선수들이었기에 짧은 안타 한방이면 승부를 드라마틱하게 끝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승리의 여신은 김현수를 외면했다. 롯데의 여섯번째 투수 김사율의 초구를 때린 타구는 외야로 향해 라인 드라이브로 날아갔다. 끝내기 안타를 예감한 1루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졌지만 타구는 야속하게도 점프 캐치한 롯데 1루수 박종윤의 글러브에 빠져 들어갔다. 1루 귀루에 늦은 오재원마저 아웃되며 순식간에 공수가 교대되고 말았다. 두산으로선 불운의 전조였다.


▲ 기적같은 박준서의 동점포, '가을 사나이' 탄생을 알리다.

큰 경기에서는 이른바 '미쳐 주는' 선수가 한두명은 나와야 이길 수 있다고 한다. 이날 롯데의 승리에는 박준서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박종윤의 복귀는 박준서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조성환을 대신해 2루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벤치에서 호시탐탐 출전 기회를 노리고 있던 8회 드디어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롯데는 8회 선두 타자 박종윤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며 추격의 기회를 잡았다. 대타 용덕한이 삼진으로 물러나자 양승호 감독은 대타 박준서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2001년 프로 데뷔 후 첫 포스트시즌 타석에 선 박준서의 방망이가 호투하던 두산 홍삼상의 제2구를 잡아 당겼다.

백구는 경쾌한 타구음을 남기며 잠실구장을 날아 우측 담장에 꽃혔다. 포스트시즌 데뷔 타석에서 기록한 기적같은 동점 투런 홈런이었고, 새로운 '가을 사나이'의 탄생을 알리는 축포였다. 박준서는 10회에도 절묘한 번트 안타를 기록하며 2타수 2안타 2타점 맹타로 데일리 MVP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3015 ) 및 미디어다음( http://sports.media.daum.net/worldbaseball/news/mlb/breaking/view.html?newsid=20121009142114207 )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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