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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가을야구 DNA' 되찾은 SK,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 SK vs 롯데 플레이오프 5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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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가 사상 처음으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SK는 2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선발 김광현의 부진으로 갑작스레 마운드에 올랐던 채병용의 4이닝 무실점 역투와 초반 3점차의 열세를 극복한 타선의 득점 지원을 앞세워 롯데를 6-3으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삼성의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결정됐다.

이날 승리로 SK는 지난 2007년 이후 6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위업을 달성하게 됐고, 2007년, 2008년과 2010년에 이어 2000년대 들어 네번째 패권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SK로선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1승 4패로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던 삼성을 다시 만나 설욕에 나설 기회를 잡은 셈. 삼성과 SK는 3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만나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 13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두었던 롯데는 연이은 실책과 무기력한 공격에 발목을 잡혀 또한번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손아섭이 멀티 히트를 기록했을 뿐 SK 불펜진에 단 1안타로 꽁꽁 묶이며 2년 연속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승 3패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 너무 일찍 무너진 선발 마운드

1차전 호투의 좋은 기억을 가지고 마운드에 올랐던 양팀 선발 투수 김광현(SK)과 유먼(롯데)는 약속이나 한듯 부진했다. 선발 투수들의 난조에는 날씨도 한몫 했다. 이날 오후까지 많은 비가 내린 후 갑작스럽게 기온이 떨어지고 찬바람까지 부는 날씨는 투수들에게는 컨디션 유지하기에 어려운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SK 선발 투수 김광현의 출발은 산뜻했다. 김광현은 1회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1차전 때의 좋았던 투구 감각을 이어가는 듯 보였지만 3번 타자 손아섭에게 우전안타를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SK 우익수 박정권의 실책이 겹치며 타자주자를 2루까지 내보내며 김광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위기를 키운 김광현은 2사 만루 위기에서 강민호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가까스로 실점은 막았지만 다시 2회 선두타자 박준서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이어갔다. 이후 2루 견제구가 외야까지 굴러간 사이 3루까지 간 박준서는 문규현의 희생 플라이로 홈을 밟으며 선취점의 주인공이 됐다. 조성환과 홍성흔에게 적시타가 이어지며 석점을 내준 김광현은 2회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반면, 팀 타선이 초반에 대량득점을 올려준 롯데 선발 유먼도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3-0으로 앞서던 2회말 수비에서 박정권과 김강민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한 유먼은 대타 조인성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1점차 추격을 허용했고, 결국 4회 1사 후 박정권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송승준과 교체됐다. 적지에서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흐름을 유먼이 놓치고 말았다는 점에서 롯데는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다.


▲ 4차전엔 마리오, 5차전엔 채병용!

플레이오프 4차전 승리투수는 마리오였다. 1승 2패로 뒤지며 플레이오프 탈락의 벼랑 끝에 섰던 SK를 구해 낸 구세주가 마리오였다면 경기 초반 0-3으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던 SK를 구해낸 이는 채병용이었다. 두 투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부상 등의 이유로 올시즌 등판이 거의 없었지만 이만수 감독이 끝까지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는 점을 첫번째로 들 수 있다.

또한, 팀이 가장 어려운 절체절명의 순간에 홀연히 나타나 팀을 구원해 낸 수호신이기도 하다. 이만수 감독에게는 그들이 바로 '메시아'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에이스 김광현이 초반에 무너진 상황에서 채병용이 2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지 못했더라면 SK의 역전승은 감히 꿈꿀 수 없었을 것이다.

2회 2사 만루 위기를 잘 넘긴 채병용은 이후 6회까지 투아웃까지 4이닝동안 15명의 타자를 맞아 1피안타 3사사구 무실점의 빛나는 역투를 펼쳤다. 5회까지 투구수는 75개로 선발 김광현이 던진 공의 갯수보다 훨씬 많았고, 김광현보다 많은 5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채병용의 호투 덕분에 SK 이만수 감독은 이후 박희수 - 정우람으로 이어지는 불펜진만을 가동하며 손쉽게 5차전을 잡음으로써 불필요한 불펜의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채병용의 등판과 맞물려 교체 포수로 나온 조인성이 추격을 알리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공수에서 맹활약한 것과 더불어 이래저래 이만수 감독에겐 채병용 카드가 이날 경기의 '신의 한 수'로 꼽힐만 하다.


▲ 큰 경기는 수비 싸움! 박진만은 죽지 않았다

포스트시즌과 같이 큰 경기에서는 실책 하나의 승부의 흐름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이날 5차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광현이 실책 두개로 초반에 무너진 것처럼 롯데 역시 4회말 2루수 박준수의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하며 경기 흐름을 SK에 내준데 이어 5회에는 포수 강민호의 송구 실책까지 겹치며 다 잡았던 한국시리즈 티켓을 내 주고 말았다.

SK가 2차전을 내주며 시리즈를 어렵게 끌고 왔던 것 역시 박진만 대신 교체 유격수로 기용한 최준석의 실책성 플레이 탓이었다는 점에서 큰 경기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날 5차전 SK 승리에는 박진만의 활약이 돋보였다. 박진만은 5회초 3유간을 빠지는 전준우의 안타성 타구를 멋지게 잡아낸 것을 비롯, 여러차례 호수비로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박진만의 활약은 비단 수비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5회 선두타자로 나와 중전안타로 출루한 이후 박재상의 3루타때 홈을 밟으며 이날 경기의 결승점을 자신의 발로 뽑아낸 이후 7회에도 쐐기득점을 올리는 등 3타수 2안타 2득점의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각인시켰다. '한물 갔다'는 세간의 평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큰 경기에서는 역시 경험 많은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박진만은 실력으로 확인시켜 줬다. 이날 경기 출전으로 자신의 98번째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장한 박진만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사상 첫 포스트시즌 1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 달성은 물론 생애 7번째 우승 반지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3153 )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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