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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가을잔치 '5수생' 롯데, '사직의 저주' 풀었다! - 롯데 vs 두산 준PO 4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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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가 지긋지긋한 '사직 징크스'를 깨고 플레이오프 무대 진출에 성공했다. 8-8-8-8-5-7-7-의 악몽을 딛고 5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포스트시즌에서 드라마틱한 끝내기 승리를 거둬 사직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12일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2012 팔도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롯데는 연장 10회말 두산 야수진의 '끝내기 실책'에 편승, 두산에 4-3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기록하게 된 롯데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게 됐다. 롯데는 오는 16일부터 문학구장에서 SK를 상대로 5전 3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다.

경기 중반까지는 완벽한 두산 페이스였다. 2회 선두 타자로 나선 윤석민이 롯데 선발 고원준을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날리며 기선을 제압한 두산은 3회 2사 1, 2루 챤스에서 또한번 윤석민이 적시타를 치며 2루 주자 김재호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윤석민은 이날 경기에서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두산 타선을 이끌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8회초 롯데 중견수 전준우의 아쉬운 수비로 이원석의 타구가 1타점 2루타로 연결되면서 스코어는 3-0까지 벌어지며 승부는 거의 결정된 듯 보였다. 하지만 승리에의 집념이 지나쳤던 탓일까. 두산 김진욱 감독은 1차전 선발이었던 니퍼트를 8회 불펜 투수로 등판시켜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 하려 했지만 오히려 결정적인 패착이 되고 말았다.


니퍼트는 네 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 2점차로 추격당한 채 강판당했고 1사 1, 2루 위기 상황에서 갑작스레 마운드에 오른 홍상삼은 제구가 흔들리며 자신감을 상실했다. 밀어내기 볼넷에 이어 희생타가 이어지며 동점을 허용하더니, 결국 운명의 10회말 1사 2루에서 구원 등판한 투수 프록터의 폭투와 포수 양의지의 3루 악송구가 겹치며 두산은 다잡았던 승리를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가을 잔치의 피날레가 끝내기 실책일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7백만 관중 시대 야구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선수들도 맞춰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 초보 감독의 '무리수'에 무너진 두산 마운드

경기가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던 8회말. 석점차의 여유로운 리드 상황에서 두산 벤치에서 뜻밖의 투수 교체가 이뤄졌다. 주인공은 막강 불펜 홍상삼도 아니었고, 클로져 프록터도 아닌 1차전 선발투수 니퍼트였다. 머릿 속으로는 이미 5차전 구상에 들어간 김진욱 감독은 니퍼트를 과감하게 불펜으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단 2이닝만을 남겨 놓은 상황이었고 팀은 3-0으로 앞서고 있었다. 비록 1, 2차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얻어맞긴 했지만 3차전에서 안정을 되찾은 홍상삼이 있었고, 프록터도 출격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급함 보다는 순리대로 경기를 풀어 나가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자신의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되길 기대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니퍼트는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왔고 결국 그가 베이스에 남겨 놓은 두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으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허를 찌르는 '파격'과 '변칙'을 노렸던 초보 감독의 선택은 날카로운 창끝이 되어 두산을 찌르고 말았다.


▲ 조금 빠르거나, 혹은 너무 늦었던 투수 교체

김진욱 감독은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잡는 데도 실패했다. 5회까지 6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투수 김선우를 일찍 내린 것부터가 좋지 못했다. 5이닝을 던지고 내려간 김선우의 투구수는 겨우 74개에 불과했다. 두산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믿음직한 변진수마저 소비해 버린 김진욱 감독은 결국 니퍼트를 투입시켜야 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꿴 김진욱 감독의 실수는 계속됐다. 1, 2차전의 부진 탓에 자신감을 많이 잃어버린 홍상삼을 8회 1사 1, 2루 위기 상황에 등판시켜 2이닝 39개의 공을 던지게 하더니 연장 10회에는 또다시 1사 2루 끝내기 위기로 내몰린 상황에서 프록터를 등판시키는 우를 범했다.


▲사직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롯데, 다음은 SK..

야구의 도시 부산 사직구장의 열기는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지만 홈팬들의 극성스러움이 오히려 롯데 선수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롯데는 2001년 이후 7년만에 다시 가을잔치에 얼굴을 내민 지난 2008년 삼성에 무릎을 꿇었던 것을 시작으로 사직구장에서 열린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1승 9패라는 저조한 성적에 시달려 왔다.

11일 사직구장으로 자리를 옮겨 벌어졌던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그 징크스는 이어졌다. 초반 2연승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3차전 패배로 인해 2010년 준플레이오프전 리버스 스윕패 악몽을 떠올리는 롯데팬들이 많았지만 두산의 어처구니없는 실책 덕분에 4차전 연장 10회에서야 '사직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SK와의 플레이오프를 맞게 된 롯데의 선전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사흘간의 휴식기간을 통해 전력을 재정비할 여유도 가질 수 있게 됐다. 기다리고 있던 SK 이만수 감독으로선 다소 부담이 가는 일전이 되겠지만 야구팬들은 양팀간의 진검 승부를 맘껏 즐길 수 있게 됐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3054 )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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