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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나지완, 이제는 김현수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할 때!

by 푸른가람 2012.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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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고교 선후배간의 말싸움이 일파만파로 커져 프로야구계를 강타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일 두산과 KIA와의 광주경기에서 벌어진 벤치 클리어링에서 시작됐다. 당시 나지완 타석때 프록터의 공이 머리 쪽으로 날아왔고 흥분한 나지완과 프록터 사이에 설전이 오가며 결국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대치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

대부분의 벤치 클리어링이 그렇듯 이날도 자연스럽게 마무리되는 듯 싶었던 상황은 이후 나지완이 2루로 진루하면서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좌익수 수비를 보고 있던 김현수와 2루 베이스에 있던 나지완 사이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던 나지완에게 김현수가 욕설을 한 것이 원인이 됐고, 둘 사이의 불편한 신경전이 TV 중계 화면에도 고스란히 잡혔다.


나지완과 김현수는 신일중-고 2년 선후배 사이다. 특히나 고교 선후배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김현수의 행위는 어쨌거나 비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고, 다음날 김현수는 타격 훈련을 하고 있던 나지완을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원만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던 첫번째 기회는 그러나 나지완이 김현수를 외면함으로써 무산됐다.

야구장에서는 병가지상사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야구 명문학교의 명예를 거론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자연스레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야구계 안팎엔 있었다. 이보다 더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던 때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곧 화해하고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것이, 어찌보면 모두가 선후배 사이로 연결되어 있는 좁은 한국야구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측하지 못했던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두산 투수 고창성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지완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남기며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다. 고창성이 직접 나지완에게 사과한 것은 물론 주장 이종욱과 투수 조장  김선우까지 진화에 나섰고,  두산 구단도 이례적으로 고창성의 2군행을 조속하게 결정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정작 나지완은 후배 김현수에 대한 마음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김현수는 지금 말그대로 죄인의 심정이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자신의 잘못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반면, 나지완은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후배 김현수를 "용서하고 싶지만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가슴 속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드러냈고 "훌훌 털어버리고 야구에만 전념하고 싶다"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러지 못하는 모습이다.

후배의 하극상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상 김현수가 자중하고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나지완의 처신은 조금 아쉽다. 물론 중고교를 같이 다닌 2년 후배에게 선배 대접을 제대로 못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사건의 발단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해 못할 대목이 분명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당시 벌어진 벤치 클리어링에 후배 김현수가 가담했던 것을 나지완이 탐탁치 않게 여겼다고 밝혔지만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이라면 중고교, 대학 선후배 관계로 모두 얽혀있는 사이지만 경기 중에는 소속구단의 일원으로 뛰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을 때 상대가 자신의 출신학교 선후배라고 해서 강건너 불구경하듯 가담조차 않는 선수를 과연 팀 동료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애초부터 생기지 않았어야 할 해프닝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특정 학교의 명예를 논하는 것은 논점을 벗어난 일이다. 사건의 당사자인 프록터와 이미 화해를 한 나지완이 이제는 후배 김현수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할 때다. 선배의 자존심을 앞세우기 보다는 후배를 향한 넓은 아량을 보여줄 때인 것이다. 갈등이 깊어지고, 반목의 시간이 길어져서 좋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결국 오해에서 비롯된 일 아닌가. 다시 두 손을 맞잡고 환한 웃음을 짓는 선후배의 모습으로 하루속히 돌아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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