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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사자 잡는 건 역시 곰 - 삼성 vs 두산 6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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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와의 주중 3연전을 모조리 쓸어 담으며 기분좋게 대전 원정에서 홈으로 돌아온 삼성이 6월 첫 경기에서 버거운 상대 두산을 만났다. 5할 승률에 복귀한 이후 내심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삼성으로선 대진운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삼성은 오늘 경기 전까지 두산전 1승 4패로 일방적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오늘 경기에 두산 선발로 나선 선수는 시즌 6승 사냥에 나서는 에이스 니퍼트였다. 니퍼트와는 이전에 이미 악연이 한번 있었다. 시즌 4차전에서 니퍼트와 만났던 삼성 타자들은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꽁꽁 묶였었다. 7이닝동안 겨우 3개의 안타와 2개의 사사구만을 뺏어 냈고 득점은 단 한점도 기록하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날 경기의 삼성 선발도 오늘처럼 윤성환이었다.

 

명불허전 니퍼트의 위력은 여전했다. 류중일 감독은 최형우를 3번 타선에 포진시키는 모험을 걸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로부터 한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경기 양상은 그날을 쏙 빼닮았다. 여전히 삼성 타자들은 니퍼트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물론 니퍼트가 공의 구위나 제구에 있어서 외국인 투수 중에서도 손꼽히는 투수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2경기 연속 무기력한 빈공을 펼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지난 4차전과 비교해 본다면 좀더 많은 점수를 빼냈고, 보다 적은 점수를 내줬으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니퍼트는 6이닝 동안 2피안타 5사사구로 1실점했다. 투구수 조절에 실패해 보다 많은 이닝을 책임지지 못했다는 것은 선발투수로서 아쉬운 점이지만 뒤를 이어 나온 홍상삼과 프록터가 무실점 피칭으로 팀 승리와 니퍼트의 시즌 6승을 지켜냈다.

타선에서는 강봉규가 2안타, 배영섭가 1안타 1타점으로 제 몫을 해줬을 뿐 두산 마운드를 제대로 공략해 낸 타자가 없었다. 특히 최형우 - 이승엽 - 박석민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10타수 무안타로 철저히 농락당하는 모습이었다. 최형우가 지난 경기에서 잠시 날아나나 싶더니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실패했고, 최근 하향세가 뚜렷한 이승엽과 박석민의 부진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독야청청 삼성 타선을 이끌었던 이승엽의 타격 하향세가 뚜렷하다. 그에게도 경산 볼파크에서의 휴식이 필요한 것일까.


전날 6번 타선에 포진해 3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던 최형우를 3번에 배치했던 류중일 감독의 승부수는 아쉽게도 실패로 끝났다. 어차피 이승엽, 박석민, 최형우라는 세 장의 카드로 중심타선을 꾸려가야 하는 류중일 감독으로선 하향세의 이승엽 보다는 최형우에게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조금 성급했던 감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답답한 흐름 속에 진행되었던 오늘 경기에서 삼성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윤성환이었다. 지난 4차전에서 니퍼트와 맞대결을 펼쳐 패배의 쓴잔을 마셨던 윤성환은 오늘도 비록 니퍼트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온전히 한경기를 책임져 줌으로써 승리투수 못지 않은 팀 공헌도를 보였다. 

2회와 4회 이성열에게 연타석 솔로 홈런을 허용한 것이 오늘 경기의 유일한 실점이었다. 9이닝 2실점 완투라면 누구나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 줄만한 호투였지만 타선의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윤성환이 비록 패전의 멍에를 쓰기는 했지만 삼성의 5인 선발 로테이션은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류중일 감독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은 선발 투수들 밖에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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