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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괴물' 상대로 마수걸이 홈런, 최형우가 돌아왔다 - 삼성 vs 한화 8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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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마지막날 벌어진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삼성이 한화와의 주중 시리즈를 스윕으로 이끌며 마침내 5할 승률에 복귀했다.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2군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던 지난해 MVP 최형우는 1군 무대 복귀전에서 괴물 류현진을 상대로 마수걸이 홈런과 역전 결승타를 기록하는 등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지독했던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안방에서 스윕만은 당할 수 없다는 한화는 에이스 류현진을 선발로 내세우며 배수의 진을 쳤다. 류현진은 벤치의 기대에 걸맞는 호투를 펼쳤지만 올시즌 유난히 승운이 없는 징크스는 오늘 경기에서도 계속됐다. 류현진은 7이닝 동안 5피안타 3사사구를 허용하며 2실점했지만 무려 13개의 탈삼진을 뺏어내는 등 여전히 위력적인 모습이었다.

괴물 류현진은 이승엽과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지만 복병 최형우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3승 달성에 실패했다.


초반 공방 이후 양팀이 2:2로 팽팽한 균형을 이룬 경기 중반 한화 타선은 절호의 역전 기회를 연거푸 잡았지만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한화는 6회말 1사 2,3루 챤스에서 후속타자가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났고, 곧이은 7회말 2사 3루에서도 장성호가 내야땅볼로 허무하게 물러나며 류현진에게 시즌 3승의 기쁨을 안겨주는 데는 실패했다.

한화 벤치에서는 투수교체 카드를 잘못 선택함으로써 아쉬운 패배를 자초한 느낌이 있다. 선발 류현진이 7회말까지 119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가자 한대화 감독은 바티스타를 8회초에 구원 등판시켰다. 바티스타는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으로 한화의 마무리 자리에서 밀려난 투수가 아니던가. 팽팽한 1점차 승부를 버티기에는 힘이 모자라 보였는데 결국 이 선택이 오늘 경기 승부의 분수령이 된 셈이다.

바티스타는 8회초 등판하자마자 불같은 강속구로 첫 타자 박석민을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출발은 산뜻했지만 또다시 고질병이 도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공의 제구가 되지 않으며 이승엽과 진갑용에게 연속타자 볼넷을 허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특히 오늘 경기에서 최악의 타격 컨디션을 보이고 있던 이승엽에게 볼넷을 헌납한 장면은 한화로선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행운의 여신마저 그의 편이 아니었다. 다음 타자가 다름아닌 오늘 경기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았던 최형우였던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최형우의 마수걸이 홈런이 터져 나왔다. 에이스 류현진에게서 뺏어난 홈런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오늘 경기에서 최형우는 2군에 내려가기 전에 봤던 잔뜩 주눅들었던 4번타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150km가 넘는 강속구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신있는 스윙을 했다.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는 우익수 앞으로 굴러갔고 2루주자 이승엽은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오늘 경기의 결승점이 터져나오는 순간이자 지난해 MVP였던 최형우가 마침내 제 자리를 찾는 순간이었다. 

2군에서 어떤 훈련을 받았는 지는 알 수가 없지만 오늘 경기에서 최형우는 괄목상대할만한 변화를 보여줬다. 비록 6번타자로 출전하긴 했지만 첫 타석부터 '괴물' 류현진을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기록하며 타격감 조율에 나서더니 7회와 8회에도 모두 우전안타를 터뜨리며 4타석 3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안타도 안타지만 타구의 질 자체가 모두 배트 중심에 맞았다는 것은 최형우가 완벽하게 감을 되찾았다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다.

최형우가 예전의 기량으로 중심타선에 포진해 준다면 삼성 타선은 더욱 폭발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역시 최근에 1군에 복귀한 조동찬이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데다 박한이, 이승엽, 박석민, 진갑용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의 힘은 다른 구단에 비해 떨어질 것이 없어 보인다.

선발 투수진이 꾸준히 제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 삼성의 도약을 꿈꿀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불펜진이 붕괴되고 타선 역시 무기력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선발투수마저 무너졌다면 올시즌 삼성은 하위권 탈출을 기대하게 어려웠을 것이다. 류중일 감독은 5월까지 5할 승률을 유지하면 해볼만 하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었다. 

류중일 감독의 바람대로 삼성은 5월 마지막 경기에서 류현진의 한화에 승리를 거머쥠으로써 드디어  5할 승률에 복귀했다. 지금껏 유래가 없었던 치열한 순위 다툼이 계속중인 덕분에 겨우 5할 승률로도 상위권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시즌 초반의 어수선함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삼성의 모습이다. 최형우에게서 삼성의 장밋빛 앞날을 점쳐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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