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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두산 10차전 - 보크에 흔들린 홍상삼, 홈런포에 무너지다

by 푸른가람 2011.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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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두산에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 올시즌 10번 만나 7승 2패(1무)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두산이 없었더라면 삼성은 4위에 턱걸이 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상위권 팀들과의 승부에서는 선방하고 있지만 롯데와 한화에게만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사자로서는 위기 때마다 곰을 만나 보신하고 있는 셈이다.

어제 경기에서 만만하게 여겼던 두산에 뼈아픈 일격을 당했던 삼성이 경기 초반부터 고삐를 단단히 죄었다. 삼성은 1회초 배영섭의 안타와 최형우의 볼넷으로 만든 2사 1,3루 선취득점 기회에서 5번타자 박석민이 두산 선발 홍상삼의 직구를 잡아당겨 잠실구장 좌측 펜스를 넘기는 쓰리런 홈런으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시즌 초반의 상승세가 한풀 꺾인 삼성 선발 배영수로서는 타자들의 득점 지원 속에 6승 사냥에 성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3점을 벌어놓은 상황이라 극심한 난조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승리는 낙관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초반 실점 징크스가 오늘도 발목을 잡았다. 1회부터 선두타자 이종욱에게 3루 강습안타, 오재원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곧이어 3번타자 김현수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승부는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두산의 힘있는 중심타자들이 줄줄이 타석에 등장하며 추가득점을 노렸지만 노련한 배영수의 피칭에 말려들며 김동주가 외야 플라이, 최준석이 병살타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겼다. 두산은 2회와 3회에도 배영수를 끊임없이 괴롭히며 최준석의 희생타로 4:3 역전에 성공, 배영수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지만 두산의 공세는 그기까지였다.

두산으로선 4회초 홍상삼의 보크가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었다. 2사후 신명철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신명철에게 도루까지 허용하며 등 뒤에 동점주자를 둔 상황이 부담스러웠던지 2루주자에 신경쓰다 결국 보크를 지적받았다. 심적으로 흔들린 홍상삼은 결국 베테랑 진갑용에게 큼지막한 투런 홈런을 얻어맞으며 재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경쾌한 타구음이 나는 순간 홍상삼이 주저앉을 정도로 잘 맞은 공이었다. 사실상 진갑용의 홈런 한방으로 승부는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삼성은 2군에서 복귀한 안지만을 4회말부터 마운드에 올리며 연패 탈출을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안지만은 3과 1/3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만 얻어 맞으며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하며 시즌 4승째를 기록했다.

오늘 경기는 위기에 내몰린 류중일 감독의 승부수가 눈에 띄었다. 왠만하면 선발투수에게 많은 이닝을 맡겼었지만 오늘은 배영수가 3회까지 매이닝 실점을 허용하자 가차없이 초반에 강판시키는 초강수를 던졌다. 벤치의 필승 의지가 선수들에게도 전달됐는지 삼성 타자들도 모처럼 집중력있는 타격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류중일 감독으로선 오늘 승리로 일단 한숨 돌리게 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도 높다. 믿음의 야구를 넘어 집착으로 변질되어버린 '나믿가믿'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일단은 급선무다.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가코를 대신할 외국인 선수 영입이 쉽지 않다면 차라리 2군에 있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좋은 묘책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그것이 팬들이 원하는 진정한 믿음의 야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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