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유의 고사1 지리산을 마당에 앉힌 집 산천재 따뜻한 봄바람 불어오는 3월의 어느날에 무작정 산청으로 발길을 옮긴 이유는 다 산천재 때문이었다. 지난해 읽었던 '철학으로 읽는 옛집'이란 책 덕분에 다녀온 곳이 여럿 되는데 지리산 자락 아래 산청 고을에 자리잡고 있는 남명 조식의 옛집 산천재 역시 그 여정의 한 곳이다. 책 표지에 담긴 산천재의 모습은 따사로웠다. 몇채 되지 않는 건물과 너른 마당을 주인처럼 자리잡고 있는 매화나무 한그루가 주는 충만함은 묘한 끌림이 있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산천재를 향한 짝사랑은 몇달이 지나서야 겨우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때마침 5백년도 훨씬 넘은 유명한 남명매가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려 멀리서 찾아온 빈객을 맞아주고 있었다. 실제 눈으로 본 산천재는 전체적으로 좀더 휑한 느낌이 들었다. 흑백 사진 속의 산천재와.. 2012. 4. 9. 이전 1 다음